금리 당분간 현수준 유지할듯/투기성 채권거래가 급락 부추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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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금주들어 기관투자가 매입 중단
채권수익률이 시동을 건 최근의 금리 급락현상이 이어지면서 자금시장의 상황도 장마철 일기변화처럼 급변해가고 있다.
지난주 중반 채권시장에서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기관투자가들의 투기현상마저 벌어졌었고 이에 따라 채권유통수익률은 지난주말 하루만에 15.3%에서 14.8%로 급락하며 단숨에 14%대에 들어섰고 이같은 실세금리의 급락을 본 기관투자가들은 이번주 들면서 순식간에 투기성 채권거래를 잠재운 채 채권 매입을 꺼리는 쪽으로 자금운용의 방향을 틀었다.
당분간 채권유통수익률은 현재 수준에서 옆걸음질할 것이라는 예상때문이다.
한편 기본적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채권유통수익률을 중심으로 한 실세금리가 떨어지자 요즘 대기업들은 단자사들이 연 16%대에 연말자금을 내놓아도 이를 선뜻 받아쓰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불과 한달전만 해도 연 17.5%수준이던 시중 단자사들의 자금운용 평균금리는 최근 16.4%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며 다른 금융기관들도 한두달 사이에 시중 금리구조가 이처럼 급변하자 자금운용을 어디다 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자금시장 상황을 급변시키는 시중금리의 「이상급락」현상에 대해선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들도 일말의 불안감마저 갖고 주시하고 있다.
최근의 금리하락이 과연 탄탄히 다져져 내려간 금리하락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 유통수익률의 하락은 애초 증권사들이 거액 환매채로 조달해간 자금(지난 3월말이후 최근까지 1조원이상 조달)을 발행시장에서든 유통시장에서든 시중 채권을 「독식」하는데 돌림으로써 채권시장의 수급이 일시적으로 크게 깨져 시동이 걸린 것이고,여기에 「투기성」채권거래가 가세함으로써 가속도가 붙은 것이라는게 자금시장의 일반적인 분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은 이렇게까지 급격한 금리하락이 과연 탄탄한 추세로 자리잡을 것인가에 대해 금융당국 스스로가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고,이미 이번주들어 당분간 채권수익률이 현상태에서 횡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또 비록 이달들어 회사채발행 신청을 전액 허용했다지만 아직 회사채의 수익률 하락이 기업의 대규모 저리 직접금융조달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효과가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더욱이 「보증」문제가 걸린 중소기업들의 회사채발행은 여전히 벽에 부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또 당국과 자금시장이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것은 미지수지만 지나차게 급격한 금리하락은 그만한 「불안」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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