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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조의 시인' 조지훈 문학관 18일 개관

중앙일보

입력

경북 영양군 영양읍을 지나 일월산 자락 주실마을로 가는 국도변은 야트막한 산이 인상적이다. 경북의 오지라서 험준한 산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풍광이다. 주실마을 입구에 □자로 둘러싸인 새 한옥이 있다. 이 마을이 낳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1920~68)의 '지훈문학관'이다. 문학관은 18일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단장으로 바쁘다.

경북 북부 산간지역의 대표적 한옥 형태인 □자로 지어진 지훈문학관. 출입구로 들어가 마당에서 본 모습이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목조 기와집을 들어서자 시인의 대표작 '승무'가 흘러나왔다. 전시실은 단층에 160여평 규모다. 시인이 소년시절 읽은 책과 시인들과 주고 받은 편지, 육필원고 등이 보인다. 시인이 청록파로 활동할 때 '완화삼'을 박목월에게 건네자 박 시인이 '나그네'로 화답했다는 사연도 볼 수 있다.

문학관 출입구에는 지훈 선생의 부인 김난희 여사가 직접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안내를 맡은 영양군 문학해설사 양희(40)씨는"지훈 선생은 시인이지만 '지조론''한국민속대관' 등을 저술한 선비.국학자로도 큰 족적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지훈문학관은 고려대와 인연이 각별하다. 시인이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많은 제자들이 그를 따랐다. 특히 그가 1962년 '고대신문'에 남긴 '큰일 위해 죽음을 공부하라'는 4.18 기고문으로 고려대의 정신적 지주로 우뚝 섰다.

그래서 제자인 홍일식 전 고대 총장과 최동호 대학원장은 문학관의 방향 설정 등을 위해 영양을 오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고려대 박물관에 있던 유품도 영양으로 가져왔다. 입대한 고려대 제자가 스승에게 보낸 편지에선 사제의 정이 느껴진다.

시인의 체취가 느껴지는 담배 파이프를 비롯해 모시 두루마기와 삼베바지도 전시돼 있다. 헤드폰을 끼면 투병 중이던 시인이 여동생과 시 '낙화''코스모드' 등을 낭송한 육성도 들을 수 있다.

시인의 흔적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대표시 27편을 돌에 새긴 시 공원을 마을 뒤편 탐방로를 따라 꾸몄고 , 시인의 숲도 조성했다. 또 시인의 생가도 정비가 한창이다.

관람객이 지훈 선생의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이 문학관에는 그의 육필원고.시집을 비롯한 유품, 사진 등 3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영양군은 지훈문학관 개관에 맞춰 사흘간 지훈예술제를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제조업체라고는 고추장 공장이 유일하다는 영양군이 조지훈과 소설가 이문열, 시인 오일도를 낳은 '문향(文鄕)'으로 자리매김해 외지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주실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영양읍 감천마을에 오일도의 시비와 생가가 있다. 여기서 다시 석보 방면으로 20분을 달리면 이문열의 고향 두들마을이 나온다.

영양=송의호.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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