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출신 검사장시대 열어/검찰수뇌부 대폭인사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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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검장 12자리중 10석/서열·능력 중시… 대선도 고려
24일 전격 단행된 검찰 수뇌부인사는 일선 지검장 전원을 교체하고 서울·부산·대구·광주지검장 등 주요 포스트에 사시 1,2회 출신을 대거 포진시켜 사시검사장 시대를 연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인사의 흐름속에서 고시 16회출신 선두그룹 3명이 고검장으로 승진했으며 전국 12개 지검중 고시출신 지검장이 남아있는 곳은 인천·수원지검 등 2곳으로 줄었다.
이번 인사에서는 공석중인 고검장급 두자리,지검장급 세자리,신설되는 대전고검장자리 등 여섯자리에 승진·전보인사를 단행해 정권교체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또 서울지검장에 공안통인 이건개대검공안부장을 기용하고 대전·대구·광주지검장에 해당지역 출신인 김종구법무부기획관리실장(사시 3회)·정성진 법무부법무실장(사시 2회)·노승행청주검사장(사시 1회) 등을 임명한 것은 연말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
대체로 서열·능력을 중시한 인사로 평가되나 박종철대검고검장(고시15회)이 김경회부산고검장(고시 14회)을 제치고 법무연수원장에 기용된 것은 다소 의외다.
이는 같은 TK인 정경식대구지검장이 서울지검장에 임명되지 못한데 따른 TK의 불만을 진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변재일수원지검장(고시15회)의 대검공안부장 기용은 공안담당인 서울지검1차장 출신이라는 경력이 감안된 것이기는 하지만 2기 후배인 이건개 현대검공안부장의 후임이라는 점에서 인사권자의 고육지책을 읽을 수 있는 대목.
서울검사장이나 고등검사장 승진이 유력시되던 최명부법무부 검찰국장이 유임된 것도 이번 인사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인사적체현상은 오는 12월이면 정구영총장(고시13회)이 임기만료로 퇴임하고 동기인 서정신서울고검장·조성욱법무부차관의 거취도 결정되는 만큼 한시적인 것으로 보인다.
고시 16회의 선두주자 그룹인 전재기서울지검장·김도언부산지검장·신건대검중수부장의 고검장 승진은 서열·능력에 비춰 일찍부터 예상됐던 인사라는 평.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지검장을 놓고 치열한 3파전끝에 사시 1회 출신인 이건개대검공안부장이 동기인 정경식대구지검장,1기 선배인 고시 16회출신 최명부법무부검찰국장을 제치고 입성한 대목.
최 검찰국장은 인사관례상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전재기현서울지검장과 동기여서 사시1회로 「바통터치」가 돼야 한다는 원칙때문에 손해를 본 셈이다.
정 지검장은 박종철·전재기검사장 등 TK출신이 잇따라 서울지검장을 지내 『3대때 TK가 독식할 수 있느냐』는 따가운 시선때문에 능력과 인품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도 결국 부산지검장으로 낙착됐다는 후문.
사시출신은 일선지검장 12석중 1회가 5명,2회가 3명,3회가 2명을 차지하는 등 10자리를 확보하고 1회인 송종의대전지검장이 대검중수부장으로 기용돼 명실상부한 실세로 등장했다.
또 재경 5개지청장·부산동부지청장 등 6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들 지청장의 실세화가 정착됐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번 수뇌부인사에 이어 8월초엔 고등검찰관·평검사에 대한 대폭적인 후속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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