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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상을 팔고 사는 미술대전 폐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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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연초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판에서 미술계 인사들이 패가 갈려 이전투구를 할 때부터 예견된 사태였다. 경찰청이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돈을 받고 입상시킨 혐의로 미술대전을 주최하는 미술협회의 전.현직 간부, 미대 교수 등을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3년 임기의 미협 이사장 자리는 선거 때마다 회비 대납, 무자격 회원 유치, 돈 살포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술대전은 학연.지연에 따른 불공정 심사와 금품 수수 시비가 전통으로 자리 잡다시피 했다. 역시 과열 선거와 돈 놓고 돈 먹기식 부정 심사는 동전의 앞뒷면임이 확인됐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은 1949년 출범한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을 이어받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공모전이다. 비록 권위가 퇴색했다지만 전국 600여 개 공모전 중 유일하게 문화예술위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대회다. 그런 공모전이 참신한 신인을 발굴하기는커녕 입선은 수백만원, 특선은 수천만원이라든가, 끼리끼리 나눠먹는다든가, 남의 그림으로 응모하는 따위의 시비로 얼룩졌다면 이참에 아예 상을 폐지해야 마땅하다. 안 그래도 뜻있는 미술계 중진들은 미술대전 심사위원 자리조차 고사하는 상황이다.

경찰에 따르면 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미리 합숙까지 하면서 자신들과 미협 간부의 후배.제자가 제출한 작품 사진을 눈에 익힌 뒤 본 심사에서 수상작으로 점찍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간 것은 물론이다. 심사비리.대작(代作) 등 각종 불법행위에 연루된 사람이 무려 121명이고, 9명은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사회 다른 분야도 아닌 문화예술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미술대전은 차제에 없애는 게 낫다. 최소한 미술협회는 곧바로 손을 떼야 한다. 특히 2005년까지 매년 1억2000만원, 지난해 1억원을 미술대전에 지원한 문화예술위는 올해 분 지원금 8000만원이라도 집행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비리투성이 공모전에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문예진흥기금을 대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