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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대통령(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요즘 미국에서는 백악관을 떠난 이후 야인생활을 하고 있는 전직대통령 4명에 대한 평가와 관심이 화제가 되고 있다. 4명의 전직대통령은 리처드 닉슨(37대)·제럴드 포드(38대)·지미 카터(39대)·로널드 레이건(40대)인데,흥미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평가가 재임시절의 인기와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카터 전대통령의 경우다. 4인중 재임시절 가장 「나약한 대통령」으로 혹평받았던 카터는 퇴임후 한때 실의에 빠져 「목수일」을 했지만,요즘은 전세계적인 지역분쟁 해결을 위한 민간외교에서부터 보건·교육문제,아프리카의 농업개발,제3세계에 대한 미국 담배수출 반대,개도국의 인권감시 등 광범위한 국제적 평화봉사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카터십자군」이란 칭송과 함께 재임중에 누리지 못한 존경을 한몸에 받고있다.
치욕적인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신망을 잃고 현직에서 물러났던 닉슨 전대통령도 왕성한 저술활동과 함께 민간외교에 헌신하고 있어 「되살아난 닉슨」이란 평가를 받고있다. 더구나 그는 전직대통령들에게 부여되는 경호원·수행원의 특전도 마다하고 검소한 사생활을 하고 있다.
포드 전대통령은 재임시절과 마찬가지로 그저 평범한 야인생활을 하고있다. 그는 7개회사의 중역으로 있으면서 틈틈이 사회사업에도 간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4인중 재임시절 가장 인기가 있었던 레이건 전대통령은 부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국민들의 차가운 질시를 받고있다. 그는 특히 지난 89년 일본 방문에서 연설 두번에 2백만달러를 받은 것을 비롯,부부의 전용미용사까지 딸린 수행원 20명의 여행경비가 무려 5백만달러나 되는 초호화판 나들이를 했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가 관직을 물러났을때의 행장을 「청사지장」이라고 했다. 관직에서 얻은 모든 것을 탈탈 털어버리고 빈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두분의 전직대통령이 있다. 그런데 그중 한분이 가족·친척과 옛부하들을 대거 대동하고 피서길에 나섰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온국민이 근검절약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때에 그 요란한 행차는 분명 청사지장은 아니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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