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5관왕 이창호 "내가 올 MV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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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28)9단이 15일 조훈현9단을 반집차로 누르고 SK엔크린배 명인전 6연패에 성공하며 국내 대회 5관왕이 됐다. 개인 통산 1백18회째 우승. 올해 6개 국내 대회에 출전해 왕위.LG정유.명인.국수.기성 등 상위 5개를 모조리 휩쓸었다. 이9단은 올해 처음 시도된 단체전인 드림리그에서도 전승을 거두며 팀에 우승을 안겨줬다. 한때 이세돌9단에게 밀리며 일인자의 자리가 흔들거리던 이9단은 하반기의 완벽한 마무리로 2003 최우수기사(MVP)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도요타배와 춘란배도 제패

지난해 세계대회의 부진 탓에 이세돌(20)9단에게 MVP 자리를 내줬던 이창호9단은 2003년이 시작되자마자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세계대회인 도요타.덴소배(1월)와 춘란배(3월)에서 잇따라 우승했다.

그러나 5월부터 이9단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세계 바둑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세돌9단과의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전에서 1대3으로 패배한 것이다. 게다가 7월 초엔 후지쓰배 준결승전에서 신예 강호 송태곤6단에게 일격을 당하며 충격을 안겨줬다.

이창호는 잇따라 무너지고 이세돌은 후지쓰배마저 거머쥐어 세계대회 2관왕이 됐다. 하향세와 상승세의 대비가 뚜렷했다.

이세돌은 그 강력한 이미지와 함께 이창호에겐 상극의 존재로까지 비춰졌다. 누가 진정한 일인자냐 하는 질문이 바둑계를 풍미했다.

◇누가 진정한 일인자냐

그러나 이창호9단은 국수전과 기성전의 방어 성공에 이어 7월 말 왕위를 지켜내며 자신의 위치를 힘겹게 고수하고 있었다. 8월에 시작된 삼성화재배는 두 사람을 비교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무대였으나 공교롭게도 두 기사 모두 8강전에서 탈락했다.

이세돌9단은 국내에 이어 국제대회에서도 더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바둑계에 휘몰아치던 이세돌 태풍이 잠잠해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창호9단은 11월 LG정유배에 이어 12월 명인전에서 우승하며 이세돌과의 MVP 대결에 쐐기를 박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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