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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건강] 테이프의 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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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붙이는 테이프를 아십니까. 테이프에 약물이 묻어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고안된 값비싼 테이프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신통하게 잘 듣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이나 근육통뿐 아니라 소화불량.생리통.비염 등도 증상이 가라앉습니다.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들이 효과를 체험하고 나서 남들에게 열성적으로 권하기도 합니다.'

'테이핑 요법'이 화제다. 의료 제도권에선 여전히 받아주지 않지만 이미 4천여명의 의사.한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사용한다. 대한밸런스테이핑의학회도 설립돼 이곳에서 교육받은 정회원만도 5백80여명. 매년 약국을 통해 팔리는 테이프는 얼추 1백만롤이 넘고, 이 수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테이핑의 원리는 무엇이고, 어떤 질환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 피부자극이 기본 원리=테이핑요법은 이름 그대로 피부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이는 것이다. 1920년대 유럽의 의학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정작 꽃을 피운 곳은 일본이다. 손치료 요법의 하나로 발전해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했다.

1993년부터 국내에 이를 보급한 밸런스테이핑의학회 어강 회장(소아과.재활의학과 전문의)은 테이핑의 원리를 피부의 반사운동으로 설명한다. 피부 아래 근육에 연결돼 있는 미세한 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함으로써 몸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 브러시로 충격을 주거나 얼음 또는 화학약품을 살에 대면 몸이 움찔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이러한 피부자극이 부드럽게 근육을 수축시키고 이로 인해 근육에 분포돼 있는 혈관.림프관을 수축시켜 체액의 활발한 순환을 유도한다. 일종의 펌핑작용이다.

또 하나는 내부장기와 피부가 전자기적으로 상호 연락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위가 아프면 통증이 등쪽으로 뻗고, 심장이 안 좋으면 왼쪽 팔 안쪽을 따라 통증이 전달되는 식이다. 따라서 피부를 통해 자극을 주면 미세한 전자기적 흐름이 내부로 전달돼 병든 장기가 원래 모습인 항정성(恒定性)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대부분 테이핑을 가벼운 자극으로 생각한다는 것. 어회장은 "지금까지 의료계에선 강한 자극만을 인정하고 이를 치료에 이용했다"며 "약한 자극도 지속적으로 반복할 경우 가중효과가 나타나 강한 자극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얼마나 효과 있나=테이핑의 목적은 균형과 자연치유력의 회복이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환을 비롯한 각종 내과적 질환, 스포츠 손상에 두루 쓰인다. 이 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높은 근골격계 질환은 근육통과 중등도의 만성디스크.발목 염좌.오십견 등이고, 내과적 질환에서는 생리통.비염.소화장애.변비 등이다.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재동 교수가 단순 요통환자 43명과 중풍환자에게 치료한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이교수는 "요통환자는 물론 중풍환자의 경우에도 시술 2회째부터 기능이 좋아졌고, 3회째부터는 음식 먹기.옷 입기.화장실 가기.목욕하기 등 평가항목에서 뚜렷한 기능 개선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테이핑의학회가 교육을 받은 전국 양호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시술 받은 95%의 여학생이 생리통이 완화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테이핑요법은 근본 치료법이 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의학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미세한 피부자극만으로 질병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느냐는 것. 이에 대해 어회장은 "통증이나 증상을 개선해 질병이 선(善)순환으로 돌아서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질병이 통증을 유발하고, 통증은 근육 경직과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고, 그 결과 다시 통증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데 이를 차단함으로써 질병이 수그러든다는 것이다. 또 간단하게 환자의 증상을 가라앉히고 기능개선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를 도와주는 보완요법으로도 가치가 있다.

◇ 이용방법은=테이핑요법은 요령만 배우면 집에서도 큰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테이프는 크게 탄력.비탄력.격자형과 색깔을 넣은 아큐테이프로 나뉜다. 가정용으로 흔히 쓰이는 것은 탄력형으로 약국에서 한 롤당 1만2천~1만8천원(폭 5㎝×길이 5m)에 살 수 있다. 경혈자리에 붙이는 격자형은 3만원(한 곽에 12개 단위 20장). 국내제품이 일제보다 탄력성.접착력이 우수하고, 피부 자극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법을 배우려면 인터넷 방송 www.altermed.co.kr를 이용하면 된다. 한 강좌에 기초 입문부터 전문가 코스까지 5만~30만원의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 참고할 책으로 '밸런스테이핑요법' '근육별 테이핑 해설' '스포츠밸런스 테이핑' 등이 나와 있다.

고종관 건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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