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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품질대회에 분 '혁신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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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주 미국 품질대회(WCQI)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유럽 품질대회(EQC)와 함께 세계 품질인 모임의 양대 산맥이며, 품질인의 다보스 포럼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의 품질 동향과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대회에는 생존하는 금세기 최고의 품질 석학으로 불리는 파이겐바움,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혁신 전문가인 짐 캐럴, 앨런 브리덴 ISO 사무총장 등 유수한 품질 석학이 대거 참여했다.

'인재와 품질을 통한 혁신 추진'이란 주제 아래 고객 가치, 변화관리, 시스템적 사고, 가상 사회 등 다양한 세션이 진행됐다.

모든 혁신은 출발점과 종착점을 철저하게 고객의 가치 창출에 맞춰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토론 주제였다. 잔디 깎기 기계의 성능과 편리성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수요자가 원하는 만큼만 잔디가 자라나는 잔디씨를 개발하는 것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하고, 근원적인 혁신이 된다는 예시가 설득력 있게 제시됐다. 변화를 어떻게 촉발시키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해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토론 과제였다.

시스템적 사고도 강조됐다. 혁신을 추진함에 있어 단편적이고 개별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틀 속에서 체계적으로 모든 각도에서 검토해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오프라인 선상에서뿐 아니라 가상사회 속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고 진행해야 하고, 이런 요소들을 잘 활용해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큰 흐름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선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이 크게 강조됐다. 최근 많은 글로벌 기업이 지속 가능 경영을 도입하고, GRI(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의 글로벌 표준기관) 가이드라인에 의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는 2009년 시행 예정으로 지속 가능 경영 국제표준(ISO 26000)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GRI 보고 지침의 최신 가이드라인(G3)이 공포됐다. 그리고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준수를 위해 만들어진 '유엔 글로벌 콤팩트(Global Compact)'는 지속 가능 경영의 범세계적 추진을 위해 GRI와 상호 전략적 협력을 선언했다. 이런 지구적 흐름을 반영해 이번 대회에서는 품질 경영 활동과 지속 가능 경영 활동이 서로 경계를 넘나드는 유익한 논의가 많았다.

이번 대회는 40여 개국에서 온 3000여 명의 품질 전문가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찾는 지식 사냥터였다. 그리고 수십 개의 품질혁신 부스와 10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세션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참가자들의 학습 의욕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제 기업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품질과 지속 가능 경영, 품질과 혁신이 상호 융합해 발전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세계적 품질대회를 매년 개최하는 미국의 저력에도 놀라움과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대회를 주관한 미국품질협회(ASQ)는 1946년 설립된 이래 글로벌 품질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13만 명의 회원이 미국.멕시코.캐나다 등에서 지역, 산업, 품질 주제별 활동 조직을 갖춘 세계 최대 품질 단체다. 우리도 품질 혁신의 최신 트렌드.도구를 전 세계 품질인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활발한 지식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계형 한국표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