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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재미있다, 그 가게 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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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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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점 '짱구야 학교 가자'는 1970, 80년대 학교 교실을 디자인 컨셉트로 잡았다. 매장 입구에는 학교 종을, 점포 내부에는 낙서가 가득한 칠판과 태극기를 달았다. 분위기는 익살스럽다. '많이 먹고 빨리 일어나기'가 매장에 붙어 있는 교훈 (校訓)이고, '술 먹고 꼬장 피지 말자'는 급훈이다. 이 회사 최인기 실장은 "고객이 많이 주문하고 빨리 나가야 회전율이 높아진다"며 "이런 점포주의 희망사항을 교훈에 적어놓았는데, 고객들이 무척 재미있어 한다"고 했다. 매장 종업원들은 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고객을 대한다. 메뉴판은 출석부처럼 꾸몄다. 단골에게 방문 횟수에 따라 개근상.우수상 등을 준다.

고객 시선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인테리어 차별화 전략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창업시장이 발달해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서비스와 품질은 이제 어느 정도 평준화됐다"며 "이제 고객의 흥미를 끌 수 있고, 고객의 감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창의적 인테리어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가 모은 이색 인테리어 사례를 정리했다.

◆추억과 분위기를 팔아라=여행을 테마로 한 주점 '폭주기관차' 매장문을 열면 기적소리, 철커덕거리는 바퀴소리,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가면서 울리는 '땡땡땡' 소리 등을 들을 수 있다. 매장 외부는 시골 기차역처럼 꾸몄다. 매장 내부는 대합실과 기차 좌석 분위기로 연출했다. 직원들이 매장을 돌면서 사이다와 찐 계란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3월 광화문에 문을 연 '참이슬 본가'는 참이슬 소주 제조에 사용되는 천연 대나무 숯을 이용한 초벌구이 전문점이다. 이곳은 검붉은색으로 칠을 한 대나무로 벽면과 천장.화장실까지 장식해 마치 대나무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대나무 젓가락을 사용하고, 그릇도 대나무 소재가 많다. 이 회사 김원석 사장은 "참이슬 소주와의 공동 마케팅을 위해 매장은 대나무 컨셉트를 강조했다"고 했다. 점포 중앙에 뷔페식으로 꼬치와 구이바를 만들어 고객이 직접 골라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시푸드 퓨전주점 '럼보트'는 바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매장 입구부터 내부 시설까지 모두 캐리비언풍의 범선, 닻과 돛, 배를 조종하는 키 등 각종 장비들로 꾸몄다. 종업원은 해적 복장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파도 소리와 뱃고동 소리, 갈매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직원들의 호칭도 점장은 캡틴, 접대 직원들은 마도로스 등으로 불린다.

◆여성 고객 유혹하려면=치킨 펍 '하우딧'은 일산에서 여성 고객 중심의 시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여성 동반자가 없으면 남성은 아예 점포 출입을 못 한다. 이 회사 박용숙 사장은 "가끔 남자 고객들이 점포 밖에 게시한 안내문을 무시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지만 정중히 돌려보낸다"며 "깔끔하게 먹고 싶어 하는 여성들을 위해 다이어트에 좋은 오븐 치킨을 주메뉴로 하고 음악도 클래식으로 튼다"고 했다. 나무 테이블과 탁자, 꽃무늬 레이스가 달린 나무 창틀, 매장을 장식한 각종 화분 등 여성 취향의 디자인으로 실내를 꾸미고 화장실에도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비치했다.

화장품 전문매장인 '에뛰드'에 있는 '공주의 방'은 각종 소품들을 이용해 귀엽고 깜찍한 공주의 방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매장 전체는 핑크색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민속 메뉴와 인테리어의 조화=각 나라 고유의 민속적이고 토속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민속풍 스타일도 많아졌다. 중국요리 전문점 '팡요'는 중국에서 직접 공수한 대륙풍의 인테리어 용품들을 활용했다. 중국산 원목으로 만든 의자.탁자와 도자기 등 전통적인 중화풍 인테리어로 꾸몄다.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호아빈'에서는 대나무가 조경과 커튼 역할을 한다.

태국 전통 해산물 요리점 '타이수끼'는 태국 사원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매장을 꾸몄다. 태국 전통 사원에서 볼 수 있는 문양과 동상을 매장에 진열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다.

◆포인트를 잡아라=교육 프랜차이즈 '씽크스퀘어'는 학습장 인테리어를 극장 세트처럼 꾸몄다. 스스로 생각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24개월의 학습기간 동안 매달 한 가지의 대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따른 4개의 체험공간에서 수업을 받는데, 매번 무대세트처럼 인테리어가 바뀐다.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특정 기기를 이용해 고객 시선을 끌어 모을 수도 있다. 크림생맥주 전문점 '플젠'은 생맥주를 뽑아내는 기계인 디스펜서를 거대한 맥주통 모양으로 꾸며 매장을 돌아다니며 맥주를 따라 준다. 회전 숯불바비큐 전문점 '돈조우'는 대형 바비큐 기기를 매장에 설치해 고기가 익어가면서 기름기가 빠지는 모습을 고객에게 보여준다. 활활 타오르는 참숯불에서 익어가는 고기를 보는 시각적인 효과를 '포인트 인테리어'로 활용한 것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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