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신학」기수 보프신부 "사임"-지난다말 공개서한통해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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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남미「해방신학」의 대표적 이론가인 브라질의 레오나르도보프신부(54)가 지난달말 공개서한을 발표, 성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파문을 던지고 있다.
바티칸교황청은 오는 10월도미니카공화국의 산토도밍고에서 열릴 예정인 제4회 라틴아메리카주교회의에서 해방신학과의 일대결전을 각오하고있는만큼 보프신부의 사임을하나의 「승리」로 받아들이는분위기이며 이로써 가톨릭내보수와 진보신학간의 갈등및역학관계에 심각한 변화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중반이래 바티칸측으로부터 여러차례 견책·억압을받아온 보프신부는 지난달 28일발표한공개서한메서 『전통적기독교세계와 동팽을 맺은 사회 특권층의 끝임없는 비방·중상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성직 사임을 결심하게된 배경을설명했다. 그는이 서한에서『바티칸측은 그리스도의 우애·평등정신을 외면한채 오히려불평등을 재생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비판하고『교회가 복음을 독점할수는 없다』는말로 기성교회조직의 권위를정면 부인하는 입장을 보였다.
보프신부는 지난82년 교회의권력구조를 비판한『교회일카려스마와 권력エ이란 저서를 출간,우리에게도 잘알려져있는 인물. 이책의 내용을 문제삼은 바티칸측은 85년 그를 사문해 1년간의 설교금지를 명령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다섯차례나 견책처분을 되풀이했다. 지난해에는 봉직하고 있는「보제스(경)」출판사 편집부로부터 보프신부의 추방을 명령,그의 언론활동을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신의 정의·평화를 피안의 것으로하지말고현실사회의 불의·부정을 해결하기 위해 성직자가 과감히 정치투쟁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의 해방신학은 지난68년 콜롬비아메데인에서 열린 제2회 라틴아메리카주교회의에서 정식으로 승인된 이래 인권억압·빈곤으로 고통받는 중남미에서 가톨릭신학의주류를 이루게 됐다.
그러나 78년 교황으로 선출된 요한 바오로2세는 공산당 독재하의폴란드 주교출신답게 철저한 반공주의정책을 견지, 마르크스주의적색채가 강한 해방신학을 경원해왔다.
콜럼버스의 미대륙도착 5백주년에 맞춰 열리게 될 이번 회의가 제2회 회의이래의 흐름을 역전시켜 해방신학을 남미에서의 소수파로 전락시킬지도므른다는 이야기까지 떠돌고있는 시점에서 보프신부의 성직사임발표는 이래저래 파문을증폭시킬 전망이다.<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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