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뽑는 국제학교 교육시장 흔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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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김모(41ㆍ여)씨는 지난해 6월 인천 송도신도시로 이사했다. 내년 9월에 문을 여는 송도국제학교에 아들을 들여보내기 위해서다. 아들은 국제학교 준비 전문학원에서 영어 과외를 받고 있다.

송도신도시에는 지난해 서울의 유명 어학원이 하나 둘씩 생기더니 지금은 8곳으로 늘었다. 대부분은 송도국제학교 초ㆍ중학생 준비반을 운영 중이다. J학원에 다니는 이모(먼우금초등학교 6년)양은 “재수를 해서라도 국제학교에 꼭 갈 것”이라고 말했다. Y학원은 다음달 유치부 7개 반을 모집한다.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하며 토론식으로 수업한다. 이 학원 전종대 원장은 “주로 유치부와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가 국제학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S학원은 국제학교 자녀 상담을 원활히 하려는 학부모들의 수요를 겨냥해 다음달에 학부모 영어반까지 만들 계획이다.

송도신도시 개발사업자인 포스코건설과 게일 인터내셔널에는 입학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게일 인터내셔널의 안민영 차장은 “최근 한 할아버지가 손자를 국제학교에 넣으려 새벽부터 송도신도시 내 오피스텔 청약에 나선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송도동 S부동산 김상돈 사장은 “수요가 많은 32평 아파트의 전세가와 매매가가 지난 2년 사이에 2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아직 세부적인 전형방법도 발표되지 않은 송도국제학교에 대한 입학 열기가 벌써부터 뜨거운 것이다. 이 학교에 입학 가능한 내국인은 630명. 국내 전체 초ㆍ중ㆍ고생의 0.00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송도국제학교가 교육시장을 흔드는 것은 내국인이 들어갈 수 있는 첫 학교라는 점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46개의 외국인학교가 있지만 외국인이나 해외 5년 이상 거주자만 지원이 가능하다.

영남대 김재춘(교육학) 교수는 “유학을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선진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국내 학부모들에게는 엄청난 문화 충격”이라고 말했다.

송도국제학교의 교육 방식은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한 반 학생이 10~15명이고 교과과정도 미국ㆍ유럽과 같다. 이 학교 개발책임자인 론 몽고메리는 “프리스쿨(유치부)에 입학하면 자동적으로 고교 과정까지 진학한다”고 말했다.

최근 타결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교육시장 개방이 빠지면서 송도국제학교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송도국제학교가 성공하면 교육시장 개방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도 내국인이 갈 수 있는 국제학교가 2곳 들어선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유명 사립학교인 벤틀리스쿨 분교가 2009년 문을 연다. 유치부에서 고교과정까지 들어서며 정원 2000명의 절반인 1000명이 내국인에게 돌아간다. 제주교육청도 2010년에 고교과정 국제학교의 문을 열 방침이다. 내국인 학생은 300명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영종도에도 국제학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원진 기자 jeal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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