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에이즈」로 자살한 20대 유족/국가 상대 3억 배상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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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학2학년때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된 것을 고교2학년 때에야 알고 투병해오다 지난 4월15일 자살한 이건우씨(21)의 부모·동생 등 가족 4명이 4일 『국가기관인 대한적십자사·서울대 병원이 채혈·수혈과정에서 에이즈 감염조사를 소홀히 함으로써 엄청난 정신적 고통과 물질적 피해를 보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3천3백8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국가배상신청을 서울지검에 냈다.
수혈감염 에이즈환자 또는 가족의 국가 상대 배상요구는 국내 최초 감염자로 알려진 주부가 지난해 7억원의 소송을 낸데 이어 두번째다.
가족들은 신청서에서 이씨가 『중학2년 때인 87년 1월 서울대병원에서 내장혈관파열증 수술을 받은뒤 수혈받은 혈액에 의해 에이즈에 감염됨으로써 삶에 대한 열의를 상실,절망의 날을 보내게 됐고 체중이 30㎏으로 줄어드는 등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결국 자살하기에 이르렀다』며 『국가는 유가족들에게 3억3천3백8만원의 배상금을 지불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국가는 에이즈가 더 이상 전파되지 않도록 해야함에도 87년 7월에 와서야 항체검사를 한 과실이 있고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채혈때 에이즈감염 여부를 철저히 검사,각급 병원에 공급하도록 해야함에도 이를 소홀히한 과실이 있으며 ▲서울대병원이 이씨에 대한 수혈때 혈액의 에이즈감염 여부를 조사한뒤 수혈하도록 감독하지 않은 과실 등으로 이씨가 에이즈에 감염되게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씨가 수술후유증으로 식도협착증에 걸려 89년 2월 고교2년때 학교를 중퇴했지만 서울대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으며 병을 고치면 취업하기 위해 자동차 운전면허증도 따고 주택판매관리사 신문광고도 모으는 등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던중 지난해 10월15일께 도봉구 보건소로부터 87년 1월8일 서울대병원에서 수혈받은 혈액에 의해 에이즈 양성반응자로 판명됐다는 통보를 받고 결국 실의끝에 자살했으며 가족들도 말못할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이씨는 4월15일 오후4시쯤 서울 수유2동 집 거실에서 화장실 문고리에 목매 자살했으며 수혈로 인한 에이즈 감염을 비관한 국내 최초의 자살사건으로 큰 충격을 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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