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담보부동산 처리 “몸살”/경매에 붙여도 원매자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자·대출원금 못건져/“매입”중기에 돈 빌려주기도
기업부도가 이어지면서 은행이 처분해야할 담보부동산은 급증하고 있으나 부동산경기 침체여파로 이것이 팔리지 않아 은행들이 큰 애를 먹고있다. 결국 은행들은 밀린 이자는 커녕 대출원금도 못건지고 싼값에 담보부동산을 처분하는가 하면 일부 은행들은 자금이 묶이는 부담을 안고도 팔리지 않는 부동산을 되사들이고(유입)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은행에서는 경매부동산을 매입하는 중소기업자에게 돈까지 빌려주고 있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도산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로 잡고있던 부동산을 경매에 부치고 있으나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적어 1차 경매에서 팔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소기업 부도가 늘면서 올들어 각 은행들이 경매하는 부동산은 작년보다 1.5배는 증가한 것으로 은행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서울신탁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부동산 매기가 없어 최근엔 경매가 보통 3∼4회까지 가는데 이 경우 가격이 1차 경매가보다 절반수준으로 떨어져 적잖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몇차례 유찰돼 낮은 가격으로 처분해 대출원금 일부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은행돈으로 이를 되사들이고 (유입)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유입물건은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해 8건에 이어 올들어 상반기에만 5건에 달했다. 신한은행도 작년 9월 이후 4건을 유입했으며 상업·제일은행도 팔려고 내놓았던 부동산 3∼5건을 되사들였다.
그러나 이들 은행들도 자금이 묶이고 비업무용 부동산 매입에 따른 세금중과를 우려해 웬만한 손해는 감수하고라도 팔려고 애쓰고 있다. 유입후 부동산가격이 더 떨어지면 부동산 매매손까지 입는 3중의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중소기업은행은 담보부동산의 매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그동안 사문화됐던 경매부동산에 대한 자금지원 제도를 오는 6일부터 활성화시키는 한편 자금지원 비율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