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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과기원 신 항암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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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김용철 교수팀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항암제를 개발했다. 빛을 받으면 약효가 나오는 항암제다. 약물 이름은 클로린e6. 빛을 받아 약효를 내는 약물 중에서도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꼽히는 것으로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한 것이다. 치료 과정은 이렇다. 우선 약물을 주사하면 정상 세포에 비해 암 세포에 클로린e6가 집중적으로 달라붙는다. 물론 정상세포에도 붙지만 24시간이 지나면 정상세포에 붙은 것은 대부분 몸 밖으로 빠져나가고 암세포에는 상당량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에 레이저를 쪼여 주면 약물에서 독성이 강한 활성산소가 뿜어져 나와 암세포를 죽인다. 정상 세포에는 약물이 거의 없으므로 레이저를 쪼여도 해롭지 않다.

유방암을 예로 들면 먼저 자기공명촬영(MRI)이나 양전자단층촬영(PET) 등으로 위치를 파악한 뒤 광섬유를 그 부위에 꽂는다. 물론 앞서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그런 뒤 광섬유를 통해 피부 깊숙한 곳까지 레이저를 쪼여 주면 약효가 나기 시작한다. 러시아에서 한 임상 결과 60명의 환자 중 44명이 완치됐으며, 10명은 암 세포가 절반으로 줄었다. 6명은 반응이 없었다.

이 약물을 사용하려면 주사 뒤 3~4일은 암실에서 생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한 햇빛을 받아 피부가 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약물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깊이는 살 속 18㎜다. 기존 비슷한 약물의 경우 암실에서 8주 이상, 치료 깊이는 1~5㎜밖에 안돼 치료 효과가 낮고 불편했다. 레이저를 쪼여 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1996년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시술하고 있다.

연구진은 혈액암을 제외한 위암.간암.유방암.피부암 등 거의 대부분의 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중 기술을 이전받은 업체에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기도 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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