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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PING] 대나무, 콩, 녹차, 알로에의 공통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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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왼쪽부터 대나무, 콩, 녹차, 알로에.

'친환경 패션'이 최근 패션 업계의 화두다. 유기농 면이나 대나무.콩.코코넛 등 식물성 섬유가 친환경 패션 소재의 전위대다. 친환경 패션은 항상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찾는 패션 업계가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웰빙 또는 로하스 바람에 편승하며 내놓은 새 트렌드다. 4~5년 전 유기농 면으로 만든 유아복 등으로 시작된 친환경 소재 패션은 최근 성인용 의류에까지 다양하게 응용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친환경 앞세운 식물성 섬유='친환경 섬유'의 개념은 면 섬유 업계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키운 목화로 만든 유기농 면 소재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몸에 해로운 화학성분이 없는 '안전한 옷'을 표방한 유기농 의류는 처음으로 '옷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패션 업계에는 '친환경 의류'라는 새로운 범주가 생겼을 정도다. 이후 대나무.너도밤나무.녹차.코코넛.알로에.콩 등 천연 원료를 사용한 섬유들이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달고, 친환경 패션 대열에 합류했다. 식물성 섬유는 천연 원료에서 성분을 추출해 화학섬유를 가공하는 방식으로 실을 뽑아내는 재생섬유다. 원료의 성질대로 흡습성이나 통기성은 괜찮지만 내구성이 떨어져 화학섬유와 합성하는 용도로 쓰이는 일이 많다. 이 같은 천연 성분이 함유된 섬유를 패션업계에선 친환경 소재로 내세운다.

◆값이 비싸도 시장은 넓어=유기농 면은 유아복 업체들이 적극 도입했다. 아기를 위해선 가격에는 아랑곳없이 깨끗한 제품을 찾는 엄마를 겨냥한 것이다. 유아복 브랜드 압소바는 기존의 배냇저고리.속싸개 등에서 더 나아가 최근엔 이불과 유모차.카시트에까지 유기농 면 제품을 내놨다. 자가드 면 7부 내의는 2만4000원인데 유기농 면 7부 내의는 3만7000원 정도다. 일반 면 제품보다 가격이 20~60% 비싸지만 찾는 사람이 계속 는다는 게 이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올 초 출시된 '나로 오가닉 유모차(38만원)'는 출시 후 지금까지 1400여 대가 팔렸다. 유아용품 업체 아가방앤컴퍼니도 지난해 전체 매출의 8%를 유기농 면 의류에서 올렸고, 올해는 이 비중을 12%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성인용 브랜드들도 유기농 면 제품 시장 개척에 나섰다. 캐주얼 의류 브랜드 더베이직하우스, 남성용 캐주얼 브랜드 헨리코튼이 여름 신상품에 유기농 면 티셔츠를 처음 선보였다. 팀버랜드.라푸마 등도 유기농 면 제품을 판다.

식물성 섬유를 앞세운 친환경 의류도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올봄에 대나무 섬유가 함유된 등산용품을 선보였다. 대나무 섬유와 나일론 스판 소재를 섞은 등산용 바지(13만원), 대나무 섬유와 쿨맥스 소재를 섞은 티셔츠(6만8000원) 등이다. 코오롱스포츠 측은 "가격은 비싸지만 시원하고 가벼운 느낌을 좋아하는 50~60대 등산객에게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남성 정장 브랜드 마에스트로.로가디스도 대나무 섬유를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비비안은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추출한 '텐셀' 섬유로 여성용 러닝(3만9000원)을, 너도밤나무 섬유 '모달'로 남성용 드로어즈(몸에 붙는 사각팬티, 2만2000원)를 만들어 내놓았다.

◆친환경 섬유는 심리 상품?=한 섬유업계 관계자는 "유기농 면은 씨앗부터 오염되지 않은 것을 쓰고, 재배.방적.방직 과정에서 화학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 피부 자극이 없다"고 말한다. 다른 섬유업계 전문가는 "일부는 천연 원료 함유량이 10%도 안 되는데 친환경 섬유라고 주장한다"며 "재생섬유 또는 합성섬유와 섞어 쓰는 경우 친환경 섬유라고 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친환경 섬유에 대해 업계에선 논란이 분분하다. 친환경 소재 속옷을 만드는 한 속옷 업체 관계자는 "속옷 자체적인 기술은 업체마다 비슷해져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친환경 소재가 뜨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이라는 이미지가 최근 유행에 맞기 때문에 너도나도 친환경을 표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연세대 의류환경학과 조길수 교수는 "의류 소재에 대한 믿을 만한 안전성 검사 기준이 없어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비싼 값을 치르고 친환경 소재를 사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유럽에선 면 섬유에 대해 잔류 농약 및 잔존 화학약품 검사를 해 유아용.속옷용.겉옷용 등을 판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검사 기준조차 없다. 안전한 입을거리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이제는 의류 소재 검사도 치밀해져야 할 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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