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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골프정상 김주형|골프광 아버지성원 큰 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국내 아마골프 챔피언 김주형(김주형·경기고3년).
그가 KBS아나운서 김동건(김동건·53)씨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골프에 관심있는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만 그의 오늘이 있기까지엔 가족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주위의 성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4월 매경오픈 아마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데 이어지난주 끝난 제39회 한국아마선수권대회마저 우승, 국내 정상을 확인한 김주형이 골프를 처음 시작한 것은 덕수국민학교 1학년인 8세 때.
당시 핸디캡 싱글로 골프에 심취해 있던 아버지 김씨가 집에서 간간이 스윙 연습하는 것을 본 어린 주형이가 집에서 구두주걱을 들고 흉내를 냈고 이를 어머니 김영진(김영진·43) 씨가 김씨에게 귀띔한 것이 챔피언탄생의 계기가 됐다.
김씨가 주형이를 연습장에 데리고 나가 스윙을 시켜본 결과 곧잘 해 계속 연습장에 함께 다니게 됐으며 이 사실을 전해들은 사촌고모 박윤정(박윤정·S모드코리아 교장)씨가 일본에서 어린이용 골프채를 사다주면서 골프수업이 시작됐다.
다음은 김동건씨의 회고. 『주형이를 데리고 서초동연습장에 나가다 김덕주(김덕주·49)프로의 눈에 띄었습니다. 김프로가 타워호텔 연습장으로 옮기면서 주형이도 따라가 본격적으로 골프수업이 시작되었죠. 주형이가 국민학교 2학년 때지요. 사실 이 때부터 고생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저는 물론 주형이 어머니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저는 방송프로를 5∼6개나 맡았지만 시간만 나면 연습장으로 달려갔고 주형이 어머니는 학교앞에서 기다리다 연습장으로 데려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만 해도 주말에 골프치기가 어려운데다 골프장에서 어린 주형이를 받아줄지 걱정스러웠는데 남서울의 허정구(허정구)회장, 관악의 박용학(박용학)회장, 한성의 김진홍(김진홍)부사장 등이 저를 보아서인지, 주형이가 이뻐서인지 언제든지 마음놓고 라운딩할 수 있도록 특별 배려해 실전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주형이는 85년 대학연맹주최 초등부 5학년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86년 골프다이제스트배 초등부에서 우승,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골프신동」이 나왔다고 칭찬이 자자했으나 외아들에게 운동시키기 꺼렸던 김씨가 아들을 골프로 대성시키기로 결심한 것은 88년10월, 당시 스킨스게임차 한국에 들른 세계적인 골퍼 아널드 파머와 라운딩한 직후. 주형이와 라운딩한 파머는 우선 14세소년인 주형이가 자신보다 엄청나게 장타인데 놀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귀국한 뒤 장문의 편지를 보내 『한국에 그처럼 훌륭한 선수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대성할 자질을 충분히 갖추었다』며 골프를 계속 시킬 것을 종용한 것.
이 때부터 김씨의 스파르타식훈련이 시작됐다. 골프광이었던 김씨는 골프를 거의 그만두다시피 하고 오직 아들의 연습에 매달렸다. 방송 틈틈이 김덕주프로와 함께 주형이를 연습장에서 직접 지도한 김씨는 반복되는 실수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야단치고 연습라운딩도중에 그만두게 하기도 했다.
또 김씨는 주말에 친구들이 라운딩에 초대하면 주형이와 같이 나가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지만 잘못된 점은 무척 야단을 쳤다. 이 때문에 부부싸움도 많았다.
이같은 노력으로 김주형은 중학2학년 때 상비군으로 뽑혔고 다음해에는 국제골프배 종합우승, 한국주니어선수권 1위를 차지했으며 90년 경기고에 진학하자마자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예를 안았다.
중학 때부터 장타를 인정받았던 김주형은 지난해 매경오픈 때 프로·아마가 모두 참여한 롱게스트대회에서 세 개를 때려1∼3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각종 장타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드라이버 샷 3백m의 대기록을 세워 「한국의 존 댈리」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김주형은 쇼트게임에 약해 그동안 성적에 기복이 심했다.
1m85㎝·75㎏의 좋은 체격에 다 손발이 유난치 커 골퍼로서 최상의 조건을 갖춘 김주형은 학교수업이 끝난 후 하루 세시간씩 연습하고 1주일에 한번씩 필드에 나가 9홀 정도를 돌고 있다.
김주형은 골프화의 경우 3백㎜를 신어 나이키사에서 특수제작, 대주고 있으며 장갑도 시판중인 것은 맞지 않아 역시 메이커에서 따로 만들어주고 있다.
골퍼중 미국의 페인 스튜어트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주형의 최대목표는 앞으로 대학을 거쳐 미국오픈 등 세계 4대타이틀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그러나 김주형은 자만하지 않고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자세로 열심히 노력,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 한국을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겠다며 각오가 대단하다.
현재 연세·고려대에서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주형은 지난달 한국일보가 선정한 「2000년대를 이끌어갈 1백인」중에 낀 배구의 강만수(강만수), 테니스의 송형근(송형근) 등 세 명의 체육인중 한자리를 차지하는 영예도 안았다.

<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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