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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봐야할 '농업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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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서 피해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부문에 대한 지원 방식과 규모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언론과 비농업전문가를 중심으로 정부의 농업투융자 정책에 대한 비판이 높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농업 지원의 모럴 해저드" "잃어버린 10년" 등 주장이 그렇다.

비판적 견해도 수용할 만한 측면이 있다. 농업부문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책 목표와 사업 내용 간의 상충성으로 인해 농업 구조조정 및 경쟁력 지연 현상이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지역 및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합리적 농업재원 배분으로 발생한 일부 부실 사례도 있다. 그러나 비판적 시각의 상당부문은 농업투자 정책의 실질 성과가 농업의 구조적 특성상 중장기적 관점에서 평가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어느 나라에서든 농업문제는 경제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농업부문과 비농업부문 간의 생산성 격차와 그에 따른 소득격차에서 비롯되며, 농업의 구조조정은 결코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지지 않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할 과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을 추구해 경제발전 속도가 선진국에 비해 6~7배 빠르게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농업 구조조정이 이미 이루어진 선진국들과 달리 구조조정 초기 단계에서 WTO 체제와 FTA를 통한 농산물 시장개방의 충격으로 농업부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반세기 전부터 미국.EU.일본.스위스 등 선진국은 지속적으로 농업부문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통해 구조조정을 완성하고 시장개방에 대비해 왔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UR 농업협상 타결 직전인 1992년에서야 처음으로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비한 42조 농어촌구조개선대책을 마련한 후 2004년 발표된 119조 투융자정책까지 이제 겨우 10년 남짓 농업부문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우리의 농업지원 규모는 미약한 실정이다. 예컨대 이용 가능한 최근 자료를 통해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예산 비중을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미국 61.6%, 일본 54.6%이고 우리나라는 47.9% 수준이다. 농가인구 1인당 정부보조액을 살펴보더라도 우리나라는 1436달러임에 반해 일본 6679달러, 미국은 11532달러로 우리의 4~8배에 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가 재정여건이 허락된다면 오히려 우리 농업에 대한 지원 폭을 더욱 늘려나가야 한다. 물론 국민 세금으로 조성되는 지원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