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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금융사 스톡옵션 손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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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사진=김형수 기자]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61.사진)이 2년 반 만에 첫 인터뷰를 했다. 그는 10일부터 아시아에서 처음 미국 국제금융연합회(IIF)와 갖는 국제회의 준비에 바빴다. 8월 4일 임기를 마치는 그는 온전하게 임기를 채우는 첫 금감위원장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인터뷰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원래 굳은 표정이라 사진이 잘 안 나오는데…"라면서도 간간이 웃음을 띠었다. 별다른 금융 사고 없이 무사히 임기 말을 맞는 여유가 엿보였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이른바 금산 분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산 분리는 강도와 범위 면에서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세다. 시가총액 20조원의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든다. 엄격한 금산 분리를 고집하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남은 우리은행마저 외국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을 막기 위해서도 금산 분리는 완화돼야 한다."

-감사원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취소하라고 금감위에 통보했는데.

"4일 금감위.증선위 합동간담회에서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행정조치 변경이나 취소는 법원 판결로 사실관계가 확정된 이후에야 가능하다. 감사원의 요구대로 당장 행정조치를 내리기는 힘들다. 나중에 무죄가 나오면 치유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러나 법원에서 금융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오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지나친 스톡옵션 잔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민감하지만 누군가 짚어야 할 문제다. 스톡옵션이 보너스인 양 변질되고 있다. 단순히 주가가 오르면 스톡옵션 얼마를 준다는 식은 곤란하다. 국내 금융회사의 스톡옵션을 손보기 위해 이미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스톡옵션이 업무 성과와 얼마나 관련 있는지, 합리적인 지급 절차가 지켜지는지, 관련 공시가 제대로 되는지 주시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진통 중이다. 자금 이체 허용을 둘러싸고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자통법은 자본시장의 빅뱅이다. 자금 이체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은행이든 증권이든 이용자가 계좌를 갖고 있으면 똑같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은행들의 주장대로 지급 결제에 혼선이 온다면 그건 보완하면 된다. 이미 서민 금융기관들은 이런 업무를 하고 있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단기 외화 차입이 문제가 아닌가.

"금융 감독은 시장기능을 살리면서 제대로 작동을 안 하는 부분에만 감독으로 보완해야 한다. 금리 차와 환율 변동을 겨냥한 재정 거래는 정상적인 비즈니스다. 이걸 직접 규제하면 '도루묵'이 되기 십상이다. 최근에도 현금 확보를 위해 외국은행 지점들이 보유 채권을 팔아대는 바람에 채권 금리가 오르고, 다시 환율 절상을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감독원이 외국 은행들에 차입금과 용도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부터 단기 외화 차입은 상당히 진정됐다."

-윤 위원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생보사 상장이 매듭지어졌다.

"18년간 방치된 생보사 상장은 무책임한 정부의 극치였다. 외국계 대형 생보사 시장점유율이 벌써 20%나 된다. 상장 물꼬를 텄으니 이제 시작이다. 생보사들도 세계적인 보험사들과 경쟁하면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부동산값 하락으로 제2금융권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신있게 말하는데, 은행권은 전혀 문제없다. 제2 금융권의 주택 담보대출은 금액이 미미하다. 시장도 안정됐고 금융회사들의 건전성도 개선됐다. 우리는 담보인정비율(LTV)을 엄격히 관리해 와 일본과는 다르다. 웬만큼의 충격은 흡수할 능력이 있다."

-금감원 출신이 시중은행이나 증권사의 감사로 가는 관행은 문제 아닌가.

"미국도 골드먼삭스 회장이 재무장관을 마치고 다시 오지 않는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감독기관과 피감기관의 유착을 막는 제도를 보완해야지 가는 길 자체를 막으면 안 된다. 정부 기관과 민간회사의 인사 교류가 전문성이나 사회적 탄력성을 높인다. 이런 점에서 최근 공직자들이 로펌에 못 가도록 규정을 만들었는데,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다."

-IIF와 국제회의는 잘 준비되고 있는가.

"아태지역은 세계 인구의 60%, 세계 총생산의 3분의 1, 외환보유액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또 국제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아태지역만 상호인정제도가 없었다. 금융감독당국 간의 협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면서도 추진 동력이 없었다. 이번 국제회의가 금융 감독 당국 간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대담=이철호 경제데스크, 정리=안혜리 기자<hyere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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