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모래판 신·구 3강 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제25회 천하장사씨름대회(26∼29일·전주)를 앞두고 패기를 앞세운 신인그룹인 신3강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구3강이 얽혀 모래판에는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절대강자로 꼽혀온 강호동이 빠진 첫 대회인 만큼 기선제압이라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로 모두가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선 신인급으로는 김정필(조흥금고)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김은 지난 2월 민속씨름판에 등장, 첫 대회인 92 설날 천하장사대회에서 결승에까지 올랐으나 3월 제62회 체급별 대회에서는 남동하(현대)에게, 그리고 함께 개최된 제24회 천하장사대회에선 한라급의 재주꾼 이기수(럭키증권)에게 각각 1회전에서 패해 탈락했다. 그러나 제63회 체급별대회 결승진출에 이어 제64회 대회에서 마침내 백두급정상을 밟는 급상승 무드를 타고 있다.
다음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선수는 「람바다」 박광덕(럭키증권). 박 역시 데뷔 첫해인 지난해 6월 제22회 천하장사대회에서 강호동을 제치고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박은 비록 황대웅(삼익가구)에게 3-2로 패하기는 했으나 특유의 제스처와 1m83㎝·1백55㎏의 체격에서 뿜어 나오는 힘을 바탕으로 권토중래, 지난 3월 제24회 천하장사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황대웅을 꺾고 두 번째 결승에 진출해 대권에 도전했으나 강호동에게 3-2로 패한바 있어 이번 대회를 필사의 기회로 삼고있다.
여기에 「진흙 속의 진주」 한병식(일양약품)이 신세대 주역의 기치를 높이 들고 솟아오르고 있다.
민속씨름 2년 생 한병식은 팀 동료인 박태일(1m81㎝·1백30㎏)과 강호동의 연습상대를 겸한 백두급선수로 데뷔 첫무대인 제54회 체급별대회(91년 3월)에서 결승까지 오른 이후 뚜렷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었다.
그러나 한은 강호동이 은퇴를 선언하자 「무언가 대신해야한다」는 책임감으로 심기일전, 그 동안 최고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끈질긴 승부근성을 발휘해 지난 제64회 대회에서 단숨에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은 특히 왼발을 앞으로 내 힘을 쓰는 「왼다리 자세」에서 「오른다리 자세」로 바꾼 것이 큰 효과를 발휘했는데 한의 이 같은 변화는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야구의 스위치 타자나 복싱의 스위치 복서처럼 「스위치 씨름」을 가능케 할 것으로 보여 씨름 계에 최대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신인들의 거센 도전을 따돌려야만 하는 노장 급 선수들은 사실상 올해가 선수생활의 마지막인 황대웅과 김칠규(현대), 그리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임용제(조흥금고)등으로 대권후보가 압축된다.
선두주자는 천하장사 2회 우승기록을 갖고 있는 「불곰」황대웅으로 고질적인 무릎부상에도 불구, 언제든지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갖추고 있으나 뚜렷이 내세울 주무기가 없다는 게 약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천하장사 1회·백두장사 3연패를 차지했던 김칠규와 임용제는 최근 들어 확연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각오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인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