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평가] 평가 어떻게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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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환자인 최모(58)씨는 지난해 10월 암 진단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당장 어느 병원에 입원해야 할지가 막막했다. 최씨는 "병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고민하다 결국 친구가 아는 의사가 일하고 있는 병원에 갔다"고 말했다. 국내 암환자들의 상황은 최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병원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병원 평가 확대해야=미국에서는 다양한 기관에서 병원 평가를 한다. 병원 간 협력기관인 미 의료기관평가합동위원회에서는 의료기관을 11개 유형으로 나눠 정보를 제공한다. 의료기관 이름을 입력하면 평가 등급을 알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암을 비롯한 17개 주요 질병별로 병원 순위를 공개한다. 생존율, 의료진 수 등 양적 지표는 물론이고 병원 감염에 대한 관리 체계, 의사 상호 간의 다면 평가 등 질적 지표로 활용한다. 이규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은 "미국의 경우 100달러를 내면 의사 개인의 수술 실적과 경력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병원 평가는 걸음마 단계다. 보건복지부는 2004년 평가를 시작했으나 아직 대형 병원에 국한돼 있다. 주로 시설과 인력.서비스 평가에 그친다. 그마저 세세한 내용은 비공개다. 전체를 뭉뚱그려 A.B.C등급 형태로 발표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선 특정 병원이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치료를 잘하는지 알 길이 없다.

◆ 이번 분석은 어떻게 했나=본지가 단독 입수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는 전국 병원별 6대 암 수술 건수다. 총 건수는 5만여 건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료비를 심사.결정한 수술 중 치료 개시일이 2006년인 경우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청구가 늦은 수술 건수는 일부 제외됐을 수 있다.

수술 건수가 많다고 병원의 실력이 100% 보증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 수가 많은 대형 병원의 경우는 의사 1인당 수술 건수도 함께 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은 2001~2005년 위암 등 7개 암 수술 건수를 분석한 결과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은 암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수술을 적게 하는 병원에 비해 최고 2.3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수술 건수와 생존율의 상관관계가 큰 일부 질환에 대해 정보 공개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종의 민간의료조합인 미국의 '립프로그'는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에 가는 환자는 병원비를 2% 덜 내도 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일수록 입원기간도 짧고 회복도 빨라 보험 가입자들이 이런 병원을 많이 이용하면 전체적으로 보험사에 더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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