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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문>65세 할머니다. 오후만 되면 하품이 너무 나와 옆사람 보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다. 한번 시작하면 10여 차례 계속되는데 참기가 힘들다. 몸이 피곤하면 하품이 더 나온다. 주위에서 비타민·무기질 결핍이라며 비타민제 복용을 권하는데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혹시 무슨 질병과 관련은 없는지.
답=하품은 인체 안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됨에 따라 필요로 하는 산소를 섭취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려는 일종의 생리반응이다. 하품의 기전에 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게 없지만 이산화탄소에 민감한 호흡중추신경이 정상적 호흡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작용의 결과로 알려져 있다.
보통 1회 호흡 때 평균 공기 섭취량은 ▲휴식기 0.7ℓ ▲경노동 때 1.2ℓ ▲중노동 때 1.5ℓ ▲최대 심호흡 때 4ℓ 정도다. 따라서 하품할 때는 보통호흡 때보다 두배 이상의 공기를 섭취하게 되고 산소섭취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여러 사람이 밀폐된 장소에 모여있으면 연속적으로 하품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보통「하품은 전염된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전염이라기보다 실내환기가 잘 되지 않아 산소가 부족하고 따라서 산소를 더 많이 섭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하품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루할 때도 하품이 잘 나오는데 이도 호흡과 관련이 있다. 보통 분당 호흡횟수는 12∼24회인데 지루함을 느끼는 상황에선 7∼8회로 떨어진다. 그 결과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하고 산소섭취를 위해 하품이 나오게 된다. 피로해서 우리 몸의 운동량이 저하된 경우도 마찬가지 원리다. 그러므로 하품이 많이 나올 때는 실내를 자주 환기시키고 몸의 피로가 풀리도록 휴식을 취하면 된다. 비타민제 복용은 하품과 관련이 없으므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품은 다른 기질적 원인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이는 중풍이 나타나기 전의 전조증상일수 있으며 뇌종양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또 고열에 노출돼 허탈상태가 되면 하품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폐에 이상이 있어도 간혹 나타나며 아편중독환자에게도 나타난다.
상담자의 경우 고령이고 아주 심한 하품을 호소하므로 병원에서 혈압·뇌질환을 확인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도움말=윤방부 교수(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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