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밖] 양파의 고민 "예능 프로 뛰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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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6년의 공백을 깨고 5집 앨범으로 곧 컴백할 가수 양파(28.사진). 그가 개인 홈페이지에 최근의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려 화제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음반 홍보에 관한 것이다.

"왠지 음악보다 춤추고 뛰노는 예능으로 내 음악을 홍보해야 할 것만 같다. 또 어차피 안 사니까 타이틀 한두 곡의 벨소리에 나오는 1분 남짓한 부분만 신경 쓰면 된다는 논리가 만연한 듯하다. '방송을 많이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요즘에는 보지 않던 TV도 챙겨 본다."

1997년 열여덟 나이에 데뷔, 히트곡 '애송이의 사랑'으로 주목받는 발라드 가수로 떠올랐던 그는 2001년 4집을 마지막으로 유학을 떠났다. 6년이라는 공백은 컴백을 준비하는 가수에게 큰 부담이다. 그간 가요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의 말대로 음악시장은 '처참하게' 붕괴됐다. '밀리언셀러'는 음반관계자들이 술자리에서나 곱씹는 화려한 과거가 됐고, 지금은 수만 장만 팔려도 대박이라고 한다. 음악시장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다 보니, 일부 작곡자들은 '진짜' 음악보다 휴대전화 벨소리나 미니홈피 배경음악용 '액세서리' 음악을 만들어낸다.

음반시장은 둘째치고 음악의 다양성도 쪼그라들었다. TV 속의 가요를 보자. '쇼! 음악중심' 같은 아이돌 스타 중심의 프로그램과 '가요무대' 같은 장년층 프로그램으로 양분된 모양새다. 중간에 위치한 대다수의 가수는 설 자리가 드물다. 얼마 전 '김동률의 포 유'마저 폐지됐으니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윤도현의 러브레터' 정도밖에 없다.

시장이 위축되고, 광고도 할 수 없고, 설 만한 무대도 좁으니 가수들은 게스트 섭외에 혈안이 된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수밖에 없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노래한 것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뿅망치' 맞은 횟수가 더 많은 가수가 한둘이 아닐 터다. 음악적 재능과 열정보다 시청자들을 웃기는 개인기가 더 각광받는 세상이 됐다. 양파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된다. 가수가 음악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 그런 곳에 진정 음악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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