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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4인 어떻게 뛰고 있나/「얼굴내밀기」하루해가 짧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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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원로·각종단체 접촉 범여결속 김영삼/경제관 수정·온건이미지 부각 김대중/시장 누비며 각종 토론회 참석 정주영/번화가·터미널 등서 즉석정견 박찬종
대권주자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김영삼민자·김대중민주·정주영국민·박찬종신정당 대표 등 4명의 대통령 후보들은 요즘 하루해가 짧다.
안으론 선거전열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으며 밖에선 여기저기 다니며 미소짓기·악수하기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말로는 『선거운동을 유예하자』『조기과열은 곤란』등 점잖을 빼면서도 마음이 이미 콩밭에 가있다 보니 몸짓 하나하나가 연말 대선으로 연결되고 있다. 사실상의 선거전이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급한 경제·민생문제를 도외시 하고 정국을 들뜬 선거분위기로 몰아가 나라살림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후보들의 움직임은 각자 세력의 크기·지지기반·여건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김 민자후보는 노태우대통령과 수시로 만나는 것은 물론 전두환 전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는 등 범여권 세력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다른 야당후보들과 달리 사회의 각 여권세력을 대표하는 「큰 덩어리」를 상대로 규모 큰 행동반경을 보여주고 있다.
김대중·정주영후보도 각종 토론회·공청회 등에 참석하면서 부지런히 일반대중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도 민주당의 군 출신 국회의원을 전 전대통령에게 보내는 등 이른바 「기피세력」의 마음을 돌리려는 덩어리 큰 작업도 병행중이다.
이에 비하면 정 국민후보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바닥표 끌어모으기를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등 김 민주후보와 다소 다른면모를 보인다.
야당후보들은 공동의 적인 김영삼후보를 토론회장으로 끌어들여 비교우위를 보이고 싶어 하지만 김 후보는 이를 일절 거부한채 자기식으로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김영삼후보를 제외한 3자는 자주 자리를 같이하나 김 후보만 독자행보를 하고 있으며 토론기피증에 걸려있다는 비판도 받고있다.
○금일봉·화환 응답
○…김영삼민자당후보는 지난달 28일 김대중후보에게 『선거운동을 유예하고 평상정치로 돌아가자』고 제의해 거부당했으나 이를 통해 야당의 공세에 반응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
김 후보측은 이에 따라 대학초청강연,언론인 및 각종 사회단체 초청토론회가 선거과열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에 일절 응하지 않는 대신 초청단체에는 금일봉과 화환 등을 보내 그들의 비난을 사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고 그가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만 해도 ▲중소기업 중앙회 간담회 ▲전국 택시운송 사업조합 회장단 면담 ▲경기도 사회교육자대회 격려사 ▲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 면담 ▲한국교원 총연합회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해냈다.
김 후보는 이들과의 만남에서 『정책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여당 대표로서의 약속을 아끼지 않았다. 김 후보는 이번주에도 17일 김수환추기경을 예방하고 이어 강영훈·이현재·노재봉 등 전직총리를 초청,오찬모임을 주재할 예정이며 ▲19일 태릉 선수촌 경려방문 ▲21일 잠수협회 주최 한강 자연보호 운동에 참석할 계획을 짜놓고 있다.
김 후보 움직임의 특징은 사회·정치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나 단체를 골라가면서 접촉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여권성향의 인사들이거나 정부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집단들이다. 김 후보는 집권당 대표로서의 일상적 정치활동을 충실히 하고 이를 제대로 홍보하기만 하면 자연스러운 여권의 득표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중량급 만남들이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지난 12일 있었던 경기도 사회교육자 대회(학원장 7천여명 참석)에는 그들의 초청을 받아 격려사를 하러 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단체 집행부의 내부다툼에 이용당한 꼴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후보측은 앞으로 이익단체의 대규모 모임에는 가급적 참석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3시간동안 답변
○…김대중민주당후보 진영은 「새모습의 김대중」계획과 관련된 정치상품 개발과 「판매」에 열중하고 있다.
국민적 과제인 경제난을 풀 수 있는 대통령 자질론에서의 비교우위·온건·유화적인 인상을 전달할 수 있는 각종 기획과 계기를 만들거나 활용하는데 진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소규모 모임에서 마이크를 잡아야 하며 언론과 상대하는 기회를 늘려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경쟁력을 높일 것이냐에 머리를 짜고있다.
지난주 후반이래 김 후보는 크리스천 아카데미토론회(11일),여성유권자연맹 기념식(12일)에 나갔고 13일에 경실련 정책토론회에서 3시간 가량 각종 질문을 받아넘겼다.
7월말까지 이같은 유형의 행사를 통해 「김대중 다시보기」의 분위기를 각계각층에 심는데 주력할 작정이다. 한광옥사무총장은 『과거 굴절되고 착색된 김 후보의 이미지가 벗겨지면서 지지도가 완만한 상승커브를 긋고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나 민자당 등 범여권쪽에 『김영삼대통령 아래서 찬밥 먹나,김대중대통령 하에서 야당하나 마찬가지』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데 효과를 보고있다는게 김 후보측 시각이다.
전두환 전대통령이 지난 7일 민주당 소속 육사 후배 나병선·장준익·임복진의원 등을 만나 김 후보에 대해 『부드럽고 온건한 노선을 걷고 있어 바람직하다』고 재평가 한 것을 여권 일각의 새로운 변화 분위기로 주목하고 있다.
또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이해관심도 역시 김영삼후보에 비교되는 특장점이라고 여겨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있다. 13일 저녁 바쁜 일정에도 짬을 내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 관람한게 좋은 예다.
○서민이미지 강조
○…정주영국민당 대통령후보의 발걸음은 특별히 더 분주할 수 밖에 없다. 『늦게 시작한 정치신인이라 양김씨 같은 고정표가 없다』라는 그의 말처럼 세불리에서 오는 초조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급한 그의 성격탓이기도 하다.
정 후보는 표가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78세라는 연령상의 취약성을 감안해 자신의 건강과 근면을 내보이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전국의 시장을 누비고 있다. 5월 중순 남대문시장부터 시작,서울의 큰시장을 꼭두새벽부터 다 돌고 지방에 갈때마다 지역의 큰시장을 찾아간다. 국졸 학력이지만 자신의 지식과 경륜이 결코 대권후보로 부족하지 않다는 자신감에서 TV토론을 주장해온만큼 각종 토론회에는 꼭꼭 참석한다. 특히 많은 사람 앞에서 강연하는 기회는 매우 중시해 5월초 재야단체인 전농 창립대회에까지 참석했으며,다음주에는 대구에 찾아가 고교생을 상대로 강연할 예정이다. 14일에는 수원의 택시기사 체육대회를 찾는다. 또 13일에는 북한산 일대 사찰을,이어 14일에는 수원의 남부 순복음교회를 찾는 등 무교라는 홀가분한 입장에서 각종 교계와 두루 접촉하고 있다.
정 후보는 바쁜 와중에도 거의 매주 1∼2회꼴로 울산의 현대계열 다이아몬드호텔을 찾아 23년째 이끌어온 지역사회 교육협 지역간부들을 상대로 강연한다. 전국적으로 약 1천개 학교가 단체회원이며 개인회원은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중요한 사조직으로 정 후보의 기대가 대단하다고 한다.
○…박찬종 신정당 후보는 돈과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믿을 것은 내몸 밖에 없다』라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골라 다니느라 눈코뜰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노상토론회」라는 이름을 빌려 도심번화가·역·터미널·시장 등을 찾아가 일단 자리를 펴고 자신의 정견을 발표하며 사람들이 모이면 즉석 질의·응답을 한다. 5월28일부터 시작해 서울지역에서 12회의 토론회를 가진뒤 13일에는 인천으로 진출하는 등 점차 전국으로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박보균·전영기·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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