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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전쟁, 장군…3 직배외화에 "도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국영화의 자존심 임권택 감독과 대들보감 정지영 감독이 여름대목공략 합동작전에 나선다.
영화계는 공룡처럼 으르렁거리는 직배외화의 숲을 뚫고 정상정복 의지를 불태우는 두 사람에게 힘찬 박수를 치고있다.
두 감독은 최근 오랜 산고 끝에 각각 『장군의 아들3』과 『하얀 전쟁』을 완성했다.
직배외화 강풍이 불던 지난90년 여름 두 사람은 『장군의 아들』과 『남부군』을 발표, 한국영화의 건재를 과시했었다.
신나는 액션영화『장군…』은 그해 방·외화 합쳐 최다관객동원은 물론 개봉관에서만 69만명이 드는 한국영화사상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었다.
『장군…』의 열풍은 지난해 2편이 나와 한국영화 중 관객최다동원으로 이어졌고 이제 결정탄인 3편이 준비됐다.
90년 여름 『장군…』 못지 않은 흥행성과를 거둔 『남부군』은 금기의 소재를 과감히 다뤄 한국영화 소재개발의 새 지평을 여는 뚜렷한 이정표를 세웠다.
독립프러덕선을 차리고 충무로 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등 많은 기록을 남긴 『남부군』은 감독이 촬영도중 직배반대투쟁과 관련, 구속되기도 했었다.
공교롭게도 2년 전과 같은 시즌에 그 두 사람이 치를 직배대작과의 대회전을 영화계는 운명적인 사건으로 보고있다.
출전영화마저 임 감독은 같은 시리즈의 완결편이며 정 감독은 6·25에서 월남전으로 전장을 옮긴 전쟁물이다.
『하얀 전쟁』은 또한 『남부군』이 빨찌산을 처음 다뤘듯 월남전의 후유증을 우리의 시각에서 처음 다루는 영화다.
『장군의 아들3』은 일경을 피해 종로를 떠난 김두한이 원산·만주를 떠돌다 다시 종로의 왕자로 복귀하는 과정을 그렸다.
임 감독은 남자세계를 감싸는 절제된 의리와 넓은 포용력에 초점을 맞춰 시리즈를 끝맺는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3편은 2편의 답답했던 내용과 화면을 반성, 줄거리전개의 동선을 강화하고 촬영지도 다변화했다.
4억원 이상 들인 벽제의 오픈세트는 종로·만주 봉천장면 촬영에 쓰면서 부산·군산·영광·의정부 등지를 돌며 촬영했다.
박상민의 상대역으로 풋풋한 오연수를 기용, 극중 여가수역을 맡겨 로맨틱한 분위기를 가미한 것도 3편의 특징이다.
『장군의 아들』시리즈는 박상민·이일재·신현준·김승우 등 남자신인을 발굴, 재목으로 키워냈다.
상업영화 성공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이 시리즈에 대해 임 감독은 『지난 3년간의 작업이 결코 소모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앞으로 연출할 작품성 갖춘 영화연출에 박진감과 재미를 불어넣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그의 말대로 오는 가을부터 스스로 필생의 작품으로 여기는 『태백산맥』을 연출하기 위해 지리산 일대를 누빌 계획이다.
임 감독에 앞서 지리산 곳곳에서 『남부군』촬영을 한 정 감독의 『하얀 전쟁』은 『남부 군』 못지 않은 영화사적 의의를 지닌 작품이다.
우선 이 영화는 참전 당사국의 하나인 한국군의 시각에서 월남전을 비판적으로 점검한 첫 영화다.
『하얀 전쟁』은 전장의 영웅담이나 전쟁전체를 연출하는 이데올로기를 일체 빼고 휴머니즘에 입각, 병사의 고통과 전쟁터의 도덕적 황폐상에 카메라를 차갑게 대고있다.
원작자 안정효씨가 책에 썼듯 월남전이 지닌 의미의 입체적 조감은 후일로 미루고 전쟁행위라는 역사의 공간에 타의로 휘말린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데 온힘을 기울여 전쟁을 고발했다.
『하얀 전쟁』은 이러한 주제나 소재 말고도 20억원 가까이 든 제작비가 말해주듯 한국영화로는 일찍이 보지 못한 물량공세를 펴고있다.
3개월 가까이 베트남현지에서 촬영을 감행해 사실감을 살렸고 영화음악가 신병하씨의 작곡을 모스크바 텔레라디오 오키스트라의 연주로 녹음했다.
또 우리영화의 취약상을 노출하는 듯해 개운치는 않으나 현상·믹싱 등을 일본에서 작업, 완성도를 높였다.
정 감독은 『최근 고엽제피해 보도에서 보듯 월남전 후유증을 앓는 당사자에게는 전쟁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며 『그 상처는 후세대가 전쟁의 의미를 정확히 되새기며 감싸안을 때 치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얀 전정』은 12일 일본에서의 기술시사회에서 현지 매스컴·영화인들이 충격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흔들리는 한국영화의 회생책으로 재미와 사실에 충실한 영화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 시점에 『장군의 아들3』과 『하얀 전쟁』은 한국영하의 팬을 되찾고 한국영화의 사회적 위상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실천적 방안이 될 것으로 영화계는 믿고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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