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엇갈리는 가구업계/장롱 안팔리고 침대 잘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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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거생활 변화… 침대매출 연 25% 증가
아파트 생활이 확대되고 주거패턴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서구화되면서 침대시장이 「스프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금까지 가구의 대명사였던 장롱·문갑 등의 품목은 안방문화의 퇴조와 함께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가구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침대생활의 확산은 이불장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있어 침대가 늘어날수록 장롱과 문갑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침대시장의 연간 매출액 규모는 88년 9백억원대에 불과했으나 89년 1천억원대,90년 1천2백50억원대,91년 1천5백억원대로 연평균 25%의 증가율을 보였고 올해는 2천억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매출액 2천억원을 침대수로 따지면 50만∼60만개에 달하는 것이며 전체 가구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장롱·문갑·좌식화장대 등의 매출액은 최근 3년동안 증가율이 10%이내에 그쳐 가격인상 등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실적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가구업체인 보루네오가구의 경우 올들어 5월까지 품목별 매출액은 침대가 51%,옷장이 36% 증가한데 비해 이불장은 10%에 그쳤으며 키가 낮은 장식장은 매출액이 5% 줄어들었다.
가구배치도 최근까지는 10자이상 크기의 장롱과 문갑,화장대 등이 전형적인 것이었으나 침대가 들어서면서 요·이불 등 침구류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어 장롱의 필요성이 없어지고 앉아서 사용하는 기존의 화장대·문갑 등도 불편한 가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아파트에 설치되고 있는 붙박이장도 장롱의 수요를 줄어들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기존 가구시장이 갈수록 침대에 잠식당하는 양상을 보이자 지금까지 침대생산을 않거나 하청을 통해 구색을 갖추기 위한 세트용 침대만을 생산하던 이른바 10대 가구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앞다퉈 자체공장을 설립하는 등 침대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에이스·대진·영본 등 기존의 침대전문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일·우아미가구가 지난해 미국과의 기술제휴로 킹코일·플렉스라이너침대를 생산,시판에 들어간데 이어 삼익가구는 프랑스의 메리노스침대를 들여왔고 올들어선 현대종합목재가 퀸텍스,동서가구가 이탈리아 카살라,라자가구가 미국의 유니버설침대를 생산하고 있으며 바로크도 곧 침대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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