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일 PKO법안/자위대 군사행동 제한범위 불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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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엔측 발포령때 복종여부 아리송
일본의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은 유엔평화유지군(PKF) 군사행동동결의 범위가 모호하고 국회 견제기능이 의문시되는 부분이 발견되는 등 문제가 적지않다.
PKO법안은 자위대의 ▲휴전개입 ▲완충지대 주둔 ▲무기 반출입 검사 ▲휴전라인 설정 및 포로교환 지원 ▲버려진 무기처분 등 PKF중심활동 참가를 별도법률로 해제할 때까지 동결하고,단지 의료·수송·복구 등 후방지원업무만 맡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 PKO임무를 수행할 때 이들 양자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위대가 후방지원업무인 도로·교량건설을 하다 지뢰를 발견했을 경우 PKF중심활동에 해당하는 지뢰제거작업을 하고 공사를 계속해야 하는지,아니면 공사를 중단하고 철수해야 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일본정부와 자민당도 이에 대해 『상황에 따라 지뢰를 제거할 수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얼버무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뢰제거문제 하나만 가지고도 확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운데 또다른 상황이 벌어졌을때 자위대가 과연 원칙대로 행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PKF 후방지원업무를 총리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회의 견제기능에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파견부대의 무기사용 등 행동규정을 정한 PKO실시요령을 경우에 따라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일본정부가 밝힌만큼 국회의 견제가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다음은 파견된 자위대의 지휘권 문제다.
유엔의 PKO작전규정은 현지 유엔사령관이 각국 PKO참가부대를 지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PKO법안은 PKO실시요령을 유엔규정에 맞게 만들 것이므로 유엔은 이를 통해 자위대를 지휘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자위대의 무력불사용원칙과 유엔사령관의 명령이 배치될 경우 자위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자위대가 PKO임무수행중 무력충돌위기에 부닥쳤을때 유엔사령관이 발포명령을 내린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현실적인 문제가 분명치 않다.
상황에 따라 자위대원이 유엔사령관 명령대로 발사하는 등 일본헌법에 어긋나는 행동이 나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자위대원의 무기사용·무력행사문제도 마찬가지다.
PKO법안 제24조는 대원이 자신 또는 다른 대원의 생명·신체를 방위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소형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기사용의 판단을 대원개인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 대원의 섣부른 오판이 평화헌법을 전면 부정하는 사건으로 발전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혹시 「도발」을 저지른 경우 그 책임을 대원 개인에게 지워 문제의 심각성을 은폐·호도하려는 계산이 깔려있지 않나 의심이 갈 정도다.
PKO법안이 이렇듯 모호하고 엉성한 이유는 자민당이 어떻게든 자위대해외파병길을 트기 위해 합작상대인 공명·민사당 주장을 약간씩 수용해 꿰맞췄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은 이 법안을 두고 「누더기법안」「유리세공법안」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처럼 법안 자체에 문제가 많은 만큼 이에 근거해 출동할 일본자위대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자위대 PKO활동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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