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알레르기·천식 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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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알레르기와 천식을 유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 연구팀이 2001년 알레르기 유발 식물인 돼지풀을 도심과 교외.시골 지역에서 재배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도심에서 꽃이 가장 빨리 핀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꽃가루가 5배나 많았으며, 독성도 강했다. 돼지풀은 꽃가루 알레르기와 천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식물로, 국내에서는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실험을 담당한 연구팀의 루이스 지스카 박사는 볼티모어 도심과 교외.시골 지역에서 씨앗과 토질.물.햇볕 등 똑같은 조건으로 돼지풀을 키웠다. 실험 결과 도심 지역에 심은 돼지풀이 가장 잘 자랐고, 꽃도 일찍 피웠다. 도심과 시골의 개화 시기는 최고 보름 차이가 났다. 공기 ㎥당 꽃가루도 시골이 2294개인데 비해 교외는 3262개, 도심은 1만2138개였다. 실험 결과에 대해 지스카 박사는 "도시 지역의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차량 배기가스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 물질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는 지구온난화가 자연환경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발표된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에도 기온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꽃가루가 증가해 알레르기 환자가 늘어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꽃가루가 대기 중에 날리는 절정기는 30년 전에 비해 10~15일 앞당겨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은 특히 미주에서 두드러졌는데, 현재 미국의 알레르기 환자는 3500만 명, 천식 환자는 2000만 명에 달한다. 알레르기 환자의 70% 이상은 천식을 함께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1980년 전체 인구의 3%였던 천식 환자는 2004년 6% 이상으로 늘어났다. 어린이 천식 환자는 80년 3.6%에서 2005년 9%로 급증했다.

IPCC는 8월 지구온난화로 인한 꽃가루 증가가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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