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해야 할 「PKO」대응/이석구 동경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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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군국주의」「군사대국」「황군」…. 일본이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을 참의원특위에서 통과시키자 한국은 일본이 헌법의 평화노선을 파기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다.
일본군침략의 경험을 갖고있는 한국으로서는 나옴직한 반응이다.
그러나 우리가 매사에 너무 감정적이지 않느냐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우선 세계가 PKO에 군대나 사람을 파견하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일본에 어떤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유엔은 일본의 자금과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의 협력을 요구해왔다. 일본의 PKO법안통과를 맨먼저 환영한 것도 유엔이다.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도 방미중인 가네마루신(금환신) 민자당부총재에게 일본의 PKO법안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캄보디아는 하루빨리 일본이 자위대를 파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한국·중국·싱가포르 등 몇나라만이 이를 민감함 지역문제로 받아들여 일본의 PKO법안에 우려와 경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원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경제대국 일본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일본의 공헌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일본의 국제공헌을 무조건 반대하고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돌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일본이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함으로써 지역질서를 깨뜨릴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자위대는 PKO후방지원업무에 국한하도록 냉철한 논리로 비판해야만 한다.
『일본이 쳐들어온다』는 식으로 자위대 해외파병을 들먹여봐야 우리에게 덕될 것이 없다.
사실 우리는 일본의 경제식민지화를 더 염려해야 한다. 일본이 추구하는 길도 군사대국화보다는 경제적인 지배다. 다만 일본이 외국의군사적 위협에 따라 자기네 이익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때는 쉽사리 재무장의 길로 치달을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끊임없이 경계는 하되 편협된 반응까지 보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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