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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반년 맞는 SBS|"개성있는 채널" 표방 화면마다 "상업냄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TV방송사들의 지난 봄철 프로그램 개편 때의 일이다.
KBS·MBC·SBS등 TV 3사가 서로 잔뜩 눈치를 보다가 SBS→KBS→MBC의 순으로 개편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3사 모두 오락프로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KBS와 MBC는 먼저 보따리를 푼 SBS의 개편내용을 두고 겉으로는「별것 아니다」고 얘기들을 했지만 내심 충격을 받았고 그 충격이 TV프로그램의 오락화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리고 SBS에 대한 그때의 경계심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SBS-TV가오는9일로 개국6개월을 맞는다. 과연 반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SBS가 얻은 득과 실은 무엇이고 다른 방송사에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방송의 상업성이 심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후발주자로서 보는 이의 눈길을 끌려면 자연연예·오락 분야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TV 3사의 전반적인 오락프로그램 증가를 가져왔다. 시청률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KBS·MBC가 한술 더 떠 지나치게 TV프로의 오락화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있는 실정이다.
SBS의 대표적인 오락프로는『자니윤 이야기쇼』『꾸러기 대행진』등의 쇼·코미디물을 들 수 있다. 이들 프로는 방송관계자나 시청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선정·외설·폭력 등이 도에 지나치다 는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과다한 상품을 내걸고 참가자들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퀴즈프로그램들이 등장,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YMCA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모임의 이승정 간사는『오락프로의 참신성 등에서 타방송사와의 차별화를 별로 발견할 수 없었다』는 말로 실망감을 표시했다.
반면 걸음마단계를 갓 벗어난 SBS가 얻어낸 성공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그 첫째가 대응편성의 탈피다. 걸핏하면 방송사끼리 맞물리기 편성으로 시청률 싸움을 벌이는 통에 시청자들이 채널선택권을 뺏기기 일쑤였던 상황이 다소 나아진 것이다.
타사의 뉴스시간에 드라마·코미디·영화프로를 편성함으로써 기존TV사의 안일한 자세에 일침을 가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획일화된 편성에 길들여져 있던 시청자들에게 채널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고 이 같은 바람은 KBS·MBC 양 사의 편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민방 특유의 제작노력이 화면에 옮겨지며 괜찮은 작품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영화프로, 교양물『사당의 징검다리』, 미스터리 다큐물『그것이 알고싶다』, 코미디프로『코미디전망대』등에 이어 아침교양프로『출발, 서울의 아침』등이 이 같은 프로들이다.
수도권 방송의 한계를 딛고 기존 TV사를 어느 정도 위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SBS-TV의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지나친 상업성을 얼마만큼 자제하고 참신하고 알맹이가 있는 프로들을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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