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역전 또 역전 … 3시간33분 가슴 졸인 명승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이겼다. 우승이다. 9-9 동점이던 9회 말 2사 만루에서 윤여운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는 순간, 3루쪽 더그아웃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광주일고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뛰쳐나오고 있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극적인 10-9 승리를 거둔 광주일고는 통산 다섯 번째 대통령배 정상에 올랐다. 박종근 기자

결승전다운 명승부였다.

젊음의 패기로 무장한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1, 3루 스탠드를 가득 메운 양교 응원단을 열광시켰다.

광주일고가 3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펼쳐진 제41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KT 후원) 결승전에서 3시간33분의 혈투 끝에 서울고를 10-9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9회 말 9-9, 2사 만루에서 윤여운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천금의 끝내기 적시타를 터뜨려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광주일고는 2002년 이후 5년 만에 통산 다섯 번째 은빛 대통령배를 품에 안는 기쁨을 누렸다.

22년 만에 대회 우승을 노린 서울고는 에이스 이형종이 잇따른 등판으로 지친 탓에 4사구를 14개나 내주며 무너진 것이 뼈아팠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는 광주일고 에이스 정찬헌(3학년)이 뽑혔다.

역전에 역전,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승부는 마지막 9회 말이 돼서야 갈렸다. 7-6, 한 점 차로 쫓기던 서울고는 7회에 2점을 달아나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선두타자로 나온 2년생 히어로 안치홍이 연타석 홈런이 된 좌월 솔로 홈런으로 8-6을 만들었고, 4번 이형종의 2루타와 희생 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상대 투수 정찬헌의 와일드 피칭으로 이형종이 홈을 밟아 9-6까지 달아났다. 전날 신일고와의 준결승에서 3점 홈런을 치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던 안치홍은 이날 5회에도 2점 홈런을 터뜨리며 고교 최고 슬러거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광주일고의 저력은 무서웠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8회 허경민.서건창의 연속 안타로 만든 2사 1, 2루에서 윤여운.조영선의 적시타가 이어져 8-9까지 따라붙었다.

운명의 9회 말, 광주일고는 볼넷과 폭투 등으로 잡은 2사 1, 3루 기회에서 4번 이철우의 적시타로 9-9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조성진이 몸 맞는 공으로 2사 만루가 됐고, 여기서 윤여운이 끝내기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았다.

서울고는 1회 3점을 빼내며 산뜻하게 출발했으나 광주일고는 1, 2회 한 점씩을 쫓아간 뒤 3회 들어 2득점, 4-3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서울고는 5회 초 6-4로 재역전한 뒤 계속 앞서 나갔으나 결국 재재역전을 당했다.

신동재 기자 <djshi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