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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vs 반노 큰 싸움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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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건 전 국무총리에 이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도중하차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범여권의 대선 판도가 다시 술렁대면서 친노 세력과 반노 세력 간 세 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 한가운데에 노무현 대통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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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노 vs 반노 싸움 수면 위로=정.김 전 의장의 탈당 예고 입장표명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시기적으로도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폭탄선언'이 앞서 탈당한 세력(통합추진모임과 민생정치모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대선 정국 개입 의지를 가시화하는 시점에서 나온 점에 주목했다.

최근 정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전반적인 흐름은 친노 세력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노 대통령이 2일 "당부터 깨고 보자는 것은 파괴의 정치"라고 말한 것도 이런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친노 세력은 한명숙.김혁규.이해찬 의원 등을 대선 주자로 띄우기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고, 당 복귀를 예고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원들을 상대로 당 사수 논리를 전파 중이었다.

이런 때에 열린우리당의 제1.제2 지분 소유자가 열린우리당 존속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대선 흥행의) 판이 아니다"고 한 정 전 의장은 3일에도 "대통합신당이면 대통합신당, 열린우리당이면 열린우리당으로 가부간에 정리돼야 한다"며 압박을 계속했다. 그는 "대통령이 계속 (범여권 문제에)발언하고 있다. 대선이 있는 해에 현직 대통령이 후보 경선에 불개입하는 것은 확립된 대원칙이자 국민의 요구"라고도 했다. 반노 통합파들 쪽에선 두 사람의 움직임이 통합을 앞당기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환호하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노 대통령은 통합의 장애물이다. 두 전직 의장이 대통합 신당의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 문학진 의원도 "대통령이 꼭 영화 람보의 주인공 같다는 느낌을 짙게 받았다"며 "범여권 예비주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집어내듯이 비판하는 것은 대통령직을 이용한 심각한 반칙행위"라고 주장했다. 초.재선 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은 이날 긴급 모임을 갖고 "당은 공세적으로 통합에 앞장서라"는 성명을 냈다.

친노 의원들은 반발했다. 신기남 의원은 "당을 흔들어대지 말고 6월 14일까지 정세균 지도부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자기 살 길을 모색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차라리 당을 떠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대선 4자 구도 되나=친노와 반노 세력의 극렬한 다툼으로 범여권의 단일 후보 만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예측대로라면 12월 대선은 범여권이 분열해 제각기 후보를 내는 다자(多者)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김 전 의장 등이 주축을 이룰 '반노 신당 세력'과 이해찬.한명숙.김혁규 의원, 유시민 장관 중심의 '친노 열린우리당 세력'이 여권의 두 진영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분열 도미노'가 한나라당에도 영향을 미쳐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가 야권의 두 축을 이루는 4자 구도 형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4.25 재.보선 결과가 여권의 분화를 촉진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친노 세력은 재.보선이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이란 점을 부각해 더욱 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려 하는 반면 반노 세력은 무노(無盧) 선거였다는 점을 중시해 노무현 이미지가 강한 친노 세력과 함께하는 것을 공멸의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욱.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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