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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시트, 시원한 시야 8.3초만에 시속100km 질주!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0일 오전. 잔뜩 찌푸린 하늘이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2007 서울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BMW 뉴 X5 3.0d의 시승일. 파란 하늘과 봄꽃을 배경으로 한적한 국도를 달려 보려던 소망은 일단 접어야했다. 아니나 다를까. 키를 넘겨받자마자 굵은 빗줄기가 지면을 때린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첫 인상은 강하고 멋스럽다. 1999년, 기존 SUV시장에 SAV(Sport Activity Vehicle)라는 혁신적 컨셉트를 접목시키며 등장한 스포츠 럭셔리 카 X5의 혈통답다. 뉴 X5 3.0d는 X5의 전통을 살리면서 한층 진화했다. 선명한 4개의 선이 한층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 V자형 엔진후드와 사이드 펜더에 통합된 헤드라이트는 더욱 파워풀한 느낌을 준다. 특히 스포일러가 기본 장착되는 등 X5에 비해 전체적으로 유선형이 강조됐다. 뉴 X5 3.0d의 공기저항계수는 동급 최고수준인 0.33을 자랑한다. 휠베이스는 X5보다 11㎝ 늘어 실내 및 적재공간도 여유롭다.
운전석에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인다. 사륜구동 SUV의 특징인 높은 시트에 전장이 더욱 높아진 까닭이다. 키를 꼽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군더더기 없이 짧고 강한 엔진음이 주행준비를 마쳤음을 알린다. rpm을 높이자 엔진이 포효한다. 날씨로 우중충해진 마음을 날릴 듯 당당하다. "그래. 흐린 날씨면 어때. 신나게 달려 보자구."
막 주행을 시작하려는 순간 낯선 무언가가 시야에 잡힌다. 앞 유리창에 나타난 '주황글씨'. 운전석에서만 보이는 이 글자들은 속도와 내비게이션 정보 등이 투영되는 HUD(Head Up Display)다. 고개를 숙여 계기반과 모니터를 보지 않아도 기본 정보를 충실히 전달한다. 차체에 비해 부쩍 커다랗게 느껴지는 사이드 미러는 보조 미러 없이도 사각(死角)을 상당부분 비춰낸다.
가속 페달에 무게를 실으니 상체가 살짝 밀리며 기분 좋은 속도감이 전해진다. 핸들은 무겁고 육중하지만 반응하는 힘은 튀어나갈 듯 넉넉하다. 전자식 스텝트로닉 6단 자동변속기는 인체공학을 고려해 한 손에 쏙 들어온다. 미세한 움직임으로 정확한 변속이 가능하다. 손에 익을수록 탐나는 녀석이다.
압구정동에서 올림픽대로에 올랐다. 차량이 많아 맘껏 달려보지 못하니 갈증이 난다. 미사리를 지나 팔당대교를 넘어서자 길이 뚫린다. '이제 좀 달려볼까' 생각하자 어느새 시속 100㎞를 훌쩍 넘어선다. 정지상태에서 불과 8.3초만이다. 디젤차량이라곤 믿기지 않는 스타트와 가속력이다.
45번 국도로 접어들어 좌우로 굽은 도로를 달렸다. 굵은 빗줄기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세계최초로 적용했다는 플렉스레이(FlexRay)를 믿어보기로 했다. 플렉스레이는 센서가 속도·스티어링 앵글·횡 가속도·바디와 휠 가속 등을 계산해 차량운행상태를 자동 조절하는 고속 데이터 변환 시스템이다. 원심력에 의한 차체 기욺을 자동으로 복원해 주는 '어댑티브 드라이빙'기능을 갖춰 조금 무리한 코너링에도 차체가 쏠리지 않는다. 고르지 못한 노면과 빗길임에도 안정된 주행이 믿음직하다.
언덕을 오를 때도 가뿐하다. 최대토크 520Nm. BMW의 고성능 세단에 맞먹는 힘이다. 동급차량 최초로 적용된 런플랫 타이어는 펑크가 나도 150㎞를 시속 80㎞로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궁금한 성능이지만 일부러 펑크를 낼 순 없는 일이니 패스.
신청평대교를 건너 363번 국도로 접어드니 양 길가로 흐드러진 벚꽃이 눈길을 잡아끈다. 매혹적 경관이 눈에 삼삼해 한참을 달리다 차를 돌렸다. 후진기어를 넣으니 내비게이션 화면이 후방을 비춰주며 핸들 조작에 따른 회전반경 궤도를 표시해 준다. 안전과 편의를 아우르는 세심한 배려다. 오디오 등 전면 조작부는 왼쪽으로 살짝 틀어져 운전자 위주의 드라이빙 환경을 제공한다.
오후 4시쯤 서울로 돌아왔다. 복잡한 시내 주행에서도 묵직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은 여전하다. 출퇴근길이든,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주말 드라이빙이든 뉴 X5 3.0d는 운전자의 기대, 그 이상을 향해 달릴 듯하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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