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누굴 겨냥했나 … 정치권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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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지나온 인생 역정과 잘못한 일을 솔직히 밝히고, 남의 재산을 빼앗아 깔고 앉아 있는 것이 있으면 돌려주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는 대목이 어떤 대선 주자들을 염두에 둔 것인지에 촉각을 세웠다.

글은 말과 달라 별 생각 없이 툭 던지기 어렵기에 구체적인 대상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2일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대변인의 구두 반응이 나온 것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해당 글이 게재된 뒤 한참 지나서였다.

최재성 대변인은 "4.25 재.보선은 득실이 있는데, 우리는 득에 기대하는 반면 노 대통령은 실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대통합신당이 성공하면 득이 커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정치권에 대한 시각을 밝히는 게 선진국형이라고 보는 듯 한데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만 했다.

범여권 일각에서 추진한 '후보 중심 신당'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후보보다 정당이 중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판단을 무작정 비판만 할 수 없다는 고민이 엿보였다.

민병두 의원은 "노 대통령이 친노파의 '당 리모델링론'에 힘을 실어 주려는 것 같다"며 "당을 깨지 말라는 게 우선이고, 당이 갈라질 경우 한쪽에 무게를 더해 주려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당 해체를 주장한 김근태 전 의장 측은 "노 대통령이 정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데에 일절 대응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당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하게 해 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이 "불리하다고 당을 뛰쳐나가는 건 경선 회피 수단으로 비치는데 지도자가 할 일은 아니다"고 한 부분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손 전 지사 측은 공식 반응을 내보이지 않았다.

야권은 일제히 노 대통령을 성토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국민의 뜻은 정략적 발언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라는 게 아니라 민심을 살펴 국정에 전념하라는 것임을 명심하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멀쩡한 민주당을 분당시킨 노 대통령은 정당 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탈당 그룹인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 대변인은 "열린우리당 해체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임"이라고 했다.

김성탁.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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