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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제 훈련기 부품 반입 정글서 경폭격기로 조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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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항공기 부품 들여와 정글에서 조립=스리랑카 정부는 최근 반군 측이 공개한 사진을 근거로 폭격에 사용된 항공기가 체코의 모라반 오트로코비체 항공사에서 제조한 즐린-143 경비행기를 경(輕)폭격기로 개조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원래 군과 민간의 훈련기.경수송기로 사용되던 것을 폭탄을 싣고 떨어뜨릴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다. 활주로 길이가 수백m면 이착륙할 수 있는 데다 저고도로 비행할 수 있어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군사기지나 대도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크기가 작아 정글에 숨겨두면 찾기도 쉽지 않다.

말레이시아 군사연구소의 분석가인 프라순 셍구푸타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타밀반군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통해 체코산 비행기 부품을 밀반입한 뒤 이를 정글기지에서 조립.개조해 폭격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군 지도부가 용병들을 고용해 수개월에 걸쳐 조종사를 양성한 뒤 공군을 창설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반군은 현재 다섯 대의 경폭격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앞으로 공중 전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어서 양측 간 전투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 달 새 세 차례 정부군 폭격=지난달 29일 복수의 반군 경폭격기가 수도 콜롬보 외곽에 있는 에너지 기업 셸과 인디언 오일의 석유저장고에 폭탄 4발을 투하했다. 반군 대변인은 "정부군의 전투기가 더 이상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석유창고를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폭격으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의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스리랑카로 향하던 국제선 항공기들이 잇따라 회항했고, 공항에서의 이륙도 중단됐다. 또 콜롬보 지역이 정전돼 도시 기능이 일시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을 일으켰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반군의 경폭격기 두 대가 북부 팔라리 정부군 기지를 폭격해 병사 6명을 숨지게 했다. 특히 이 기지에는 정부군의 반군소탕사령부가 자리 잡고 있어 스리랑카 정부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격 이후 홍콩의 캐세이 퍼시픽 항공은 콜롬보 노선에 대한 운항을 중단했다.

반군의 공중 전력 존재가 확인된 것은 3월 말로, 당시 경폭격기 한 대가 콜롬보 외곽 정부군 공군기지를 첫 폭격해 3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 타밀반군(LTTE)=스리랑카 정부군과 맞서 분리 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는 힌두계 타밀족 무장조직. 스리랑카에서 타밀족은 약 3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한다. 1983년 투쟁이 본격화됐으며 89년 소규모 무장조직들을 통합한 뒤 더욱 조직적으로 정규전.게릴라전.자폭테러 등 다양한 공격을 벌여왔다. 현재 병력이 1만 명을 넘고, 10여 척의 함정에 5대의 항공기까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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