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다른 사람이 친 공에 맞으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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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10면

기온이 올라가면 골프 애호가의 마음도 그린에 올라간다. 라운딩을 끝낸 뒤 동반자들과 함께 샤워를 하고 맥주 한 잔을 쫙 들이켜는 것이야말로 골프의 재미다. 이런 호사에는 조건이 있다. 안전하게, 부상 없이 골프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그린에서 공에 맞는 사고로 법정까지 오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골프장 측이 무리하게 경기를 재촉하거나 경기자가 자신의 플레이에만 몰두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여러 판결 사례를 들여다보자.

변호사와 함께 보는 판결

대개 부상자는 앞팀 사람들이지만 더러 같은 팀에서도 ‘희생자’가 나온다. 직각으로 공이 날아가는 바람에 옆에서 운동하다 날벼락을 맞기도 한다. 법정까지 오는 희생자의 부상 부위는 눈이나 얼굴인 경우가 많다. 실명하거나 외상성 백내장 등 치명상을 입기도 한다. 공으로 얼굴 아닌 다른 부위를 맞은 경우는 가벼운 타박상이 많아 현장에서 화해하고 끝내기 때문에 판결에서 찾아보긴 쉽지 않다.

아무튼 공에 맞는 사고가 발생하면 주로 공을 친 사람과 골프장 업주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우선 법원은 공을 친 사람에게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묻는다. 스윙하기 전에 자신의 타구가 날아갈 만한 곳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마땅하다. 그 사람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를 기다렸다가 타격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쳐도 좋다”는 캐디의 말을 듣고 공을 쳐 사각지대에 있던 앞조의 경기자를 맞힌 경우에는 대개 주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골프장 업주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캐디가 내장객의 안전을 위해 예상되는 위험을 제거하지 않거나, 경기자에게 주의를 환기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아 캐디의 사용자로서 책임지는 유형이다. 수입만 생각해 내장객을 많이 받아놓고, 서둘러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 캐디를 통해 경기를 재촉하다 보면 이런 사고가 벌어진다. 캐디가 OB(아웃 오브 바운스) 지역에서 분실된 공을 찾느라 제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자가 갑자기 공을 쳐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는 골프장 업주에게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

또 다른 유형은 사고 위험이 있음에도 그물망이나 울타리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다. 특히 이웃 홀과 충분한 공간을 두지 못한 미니 골프장이나 군부대 체력단련장에서 이런 사고가 잦다. 민간 골프장인 경우에는 당연히 운영을 맡은 민간업자가 손해를 배상하지만 군부대 체력단련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국가에 책임이 있다.

앞조 또는 옆 홀에서 운동을 하다 뒤나 옆에서 날아온 공에 맞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과실이 없다. 하지만 자신의 캐디가 경기종료 신호를 보낸 뒤에도 경기자가 신속하게 그 장소를 빠져나오지 않은 경우(20%), 인접한 홀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러프에서 다른 홀의 경기상황을 제대로 지켜보지 않은 경우(10%)에는 피해자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다고 본다. 초보자여서 공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같은 팀 동반자의 공이 놓인 곳보다 앞에 있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더 많은 과실(40%)이 인정된다.

손해배상액은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부상으로 인한 치료비와 치료기간 동안 혹은 후유장해로 얻지 못한 피해자 수입의 규모에 좌우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위자료는 적게는 100만~2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까지 선고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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