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더 풀릴까… 신도시說 솔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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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25면

‘환경보전 정책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지만 땅 주인으로부터는 ‘재산권 침해’라는 비난을 받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정부는 1971년 7월 수도권 일부를 시작으로 1977년 4월 전남 여천 일부를 지정하기까지 전 국토의 5.4%(16억 평)를 그린벨트로 묶었다. 서울 인구가 5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도시가 안양ㆍ의정부 등으로 뻗어나갈 때였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영국의 그린벨트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주변 그린벨트는 서울 중심부에서 반경 15㎞ 안팎, 폭 2~10㎞의 띠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린벨트에서는 건물 신축 등 개발 행위가 제한된다. 서울과 위성도시 사이에 빈 땅이 많은 것은 그린벨트 덕이다. 그동안 개발 압력은 높아졌지만 김대중 대통령 때 일부 손댄 것을 빼고는 ‘신성 불가침’의 땅으로 남아있다.

정부는 2000년부터 보전가치가 낮은 환경평가 4~5등급지를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집단 취락지역도 그린벨트 딱지를 떼줬다. 자연녹지로 남거나 제1종 일반주거지역 등으로 용도가 바뀌어 건축물 신ㆍ증축이 자유로워졌다. 이렇게 구멍 난 그린벨트 중 넓은 곳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수용해 대부분 국민임대주택단지(국가정책사업)를 세우고 있다.

20년 넘게 묶인 땅이 풀리자 나머지 그린벨트의 불가침성도 흔들리고 있다. 6월 발표된다는 분당급 신도시의 입지로 하남시를 비롯해 남양주, 과천~양재 등 그린벨트 지역이 거론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사실상 녹지로서의 가치를 잃은 일부 그린벨트에 환경과 인프라가 갖춰진 명품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그린벨트를 추가로 해제하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광역도시계획에 ▶국가정책사업 ▶지역현안사업 ▶일반조정가능지역으로 먼저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광역도시계획은 관계기관 협의가 마무리돼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분당급 신도시를 그린벨트에 세우기 위해서는 ▶현행법을 개정하거나 ▶수도권광역도시계획 수립을 미루고 ▶그린벨트 추가 훼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규제가 덜한 땅을 찾아내야 한다. 정부가 이용섭 건교부 장관이 밝힌 ‘강남권을 대체할 수 있는 거리의 신도시’ 입지 수백만 평을 그린벨트ㆍ자연보전권역ㆍ군사시설보호구역 같은 규제지역 밖에서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수도권 규제의 ‘해방구’나 다름없는 정비발전지구로 지정받기 위한 지자체 간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부지나 노후 공업지역에 대해 정비발전지구로 지정해 행위 제한과 공장 신설 제한 등을 완화하는 수도권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지역 의원들은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과 자연보전권역, 접경지역,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한 오염총량관리계획 지역 등에 대해서도 정비발전지구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 중 접경지역에 대해서는 정비발전지구 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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