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호재 증시에 봄바람 불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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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18면

벌써 2분기로 접어들었다. 새 달을 맞아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국내 증시의 투자전략가들은 올 들어 매달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월간 주가 전망이 계속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다. 오른다고 하면 떨어지고, 떨어질 것 같다고 하면 여지없이 올랐다.

그러면 4월 증시 전망에 대한 컨센서스는 어떤가. 봄바람을 타고 주식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쪽이 우세하다. 또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닐까.

국내 증시에서 4월은 ‘따뜻한 봄날’인 적보다는 ‘잔인한 달’이었던 적이 많았다. 1980년 이후 월간 상승률을 보면 평균 1.1%였던 데 비해, 4월만 따로 보면 평균 0.5%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도 변동성은 오히려 컸다.

왜 그랬을까.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공개되는 ‘어닝 시즌’이란 게 답이다. 연초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이를 우려했음인지 최근 증권사들은 기업 실적 전망치를 계속 낮추는 모습이다. 일종의 면역 주사인 셈이다. 그럼에도 실적이 눈높이 이하로 더 나쁘게 나오면 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 흐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일단 경기선행지수가 3달째 고개를 쳐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워낙 그 힘이 약해 언제 다시 주저앉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미국ㆍ중국ㆍ일본 등의 외풍은 일단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안도하기는 일러 보인다.

그러나 긍정적 변수도 있다. 의외로 메가톤급 호재일 수도 있다. 바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이다. 지금으로선 업종별로 혜택이 다를 것이란 정도의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증시 전체의 주가 수준을 확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면 단번에 주가가 2배로 뛰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를 흔히 들었을 것이다. 주가수익비율(PER)과 자산가치 등을 해외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현 주가가 턱없이 저평가돼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본사를 한국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미국과 시장이 통합되는 한ㆍ미 FTA가 되면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보다 근접하게 되고 외국 자본의 유출입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는 곧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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