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한승 9단 ● . 윤찬희 초단
흑▲로 치중하면서 좌변 백은 죽음과 삶이란 문제에 얽혀든다. 외계 전사 같은 인상의 한상훈 초단은 71까지 선수해 놓고 73, 75로 포위망을 치고 있다.
백면서생 같은 조한승 9단은 76으로 하나 던져놓고 78로 잡는다. A를 당하면 두 집이 없는데 B의 선수를 서두르지 않는 조한승의 모습이 자못 여유롭다. 한상훈도 한눈 척 보더니 79의 먼 곳을 두었고 조한승도 화답하듯 80에 둔다.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선문답이다.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장면인데 79와 80은 도통한 듯 편안한 모습으로 허공에서 노닐고 있다.
흑이 잡으러 간다면 '참고도' 1, 3, 5다(백은 패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6으로 끊기면 백도 약점 투성이여서 성할 성싶지 않다. 그러나 D로 희생타를 던지는 초강수가 성립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79는 이런 대화를 담고 있다. 한 수 살아두기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좌변의 삶과 죽음에서 20광년쯤 떨어진 곳에 놓인 80은 정말 심오하다. 미소를 지으며 잡으러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