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해 쏘는 미국의 ‘문화 대포’ 할리우드 영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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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20면

1944년작 ‘소유와 무소유’에서 열연하는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오른쪽에서 둘째, 셋째). 

“한 사람이 열 살부터 열다섯 살 사이에 보았던 영화들 중 그가 좋아했던 영화와 싫어했던 영화를 구분하도록 해보면 그가 어떤 생각과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 잘 파악할 수 있다.” 미국 작가 고어 비달이 1974년에 한 말은 지금 봐도 맞다. ‘영화’란 단어를 ‘게임’으로 바꾸면 요즘 10대에게 더 적절한 잣대가 되겠다. 이 말을 조금 더 비틀어 보자. ‘영화’란 명사를 ‘미국 영화’란 고유명사로 바꾸면 어떨까.

『할리우드 영화사』 #데이비드 톰슨 지음, 이상근 옮김 #까치 펴냄, 624쪽, 2만5000원

20세기 후반기부터 미국이 세계를 향해 발사해온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포탄의 사정거리에서 한국은 거의 직격탄을 맞은 꼴이었으니. 그런데 우리는 그 할리우드라는 ‘자이언트 문화 대포’를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데이비드 톰슨은 할리우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발가벗긴다. 미국 신문과 전문지에 영화평을 기고하는 평론가이자 영화학 교수인 그는 이 두툼한 책 속에 할리우드의 모든 것을 수다 떨듯 털어놓았다. 영광과 상처, 명예와 수치, 어둠과 빛, 탐욕과 광란, 천국과 지옥, 예술과 사업… 상반된 가치가 뒤섞여 돌아가는 할리우드의 100년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때로 지겨울 만큼 시시콜콜하지만 새겨둘 어록이 한둘이 아니다.

이를테면 제15장 ‘이혼, 그것은 할리우드의 생활양식’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혼은 마치 (할리우드 인생들)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보증서 같다.”

톰슨은 마지막 장 ‘여보게들, 그게 전부요?’에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져놓았다. “조만간 많은 사람이 ‘영화의 앞날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고 질문할 것이다.”

한국 영화도 바로 이 질문 앞에 서있다. ‘한국 영화의 앞날은 도대체 어떻게 될까?’ 이런 구절까지 비슷하다. “일부 인사는 우리 영화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좋다고 말한다.” 또 이 대목도 솔깃하다. “영화는 반드시 예술작품이어야만 하는가? 영화의 품질은 이미 상당히 좋지 않은가?” 앞으로 누군가 한국영화사도 톰슨처럼 써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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