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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 신파가 뮤지컬로 빛날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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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14면

부랑자 같은 삶을 살아가던, 53세의 ‘혐오스러운 마츠코’가 누군가에게 살해된다.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무료한 삶을 살아가던 대학생 쇼는, 고모인 마츠코의 방을 치우러 간다. 오래전 가족에게 의절당한 고모에 대해 쇼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본 적도 없다. 그러나 하나 둘 발견하는 마츠코의 유품을 통해 그녀를 알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쇼는 깨닫게 된다. 혐오스러운 마츠코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아니 왜 사랑스러운 그녀가 혐오스럽게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

★★★ 감독 나카시마 데쓰야 주연 나카타니 미키 러닝타임: 129분

누구나 사랑을 원하고,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하지만 사랑을, 행복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모두가 아니다. 마츠코는, 아버지가 병약한 여동생만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의 인생은 오로지 사랑을 얻기 위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폭력을 일삼는 천재 작가, 그의 재능을 탐하는 동료 작가, 기둥서방, 야쿠자 등 그녀가 택한 남성은 하나같이 실패작이었다. 사랑을 갈구했지만, 사랑은 오히려 마츠코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정말 신파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애니메이션과 코미디 등 모든 장르의 기법과 스타일로 화려하게 장식된, 나카시마 데쓰야의 ‘불량공주 모모코’를 보았다면 짐작할 수 있다.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뻔한 신파극이 아니라 할리우드 뮤지컬의 스타일을 차용하면서, 마츠코의 일생을 마치 동화를 연상시키는 판타지의 세계로 변화시킨다. 정말 유치한 내용의 에피소드들을 너무나도 감각적으로 그려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을 의심할 정도다. 이게 정말 비참한 실화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상상에 불과한 것인지. CF 감독 출신인 나카시마 데쓰야는 나카타니 미키의 열연에 빛나는 CG를 덧붙여, 황홀한 마츠코의 일생을 보여준다. 마츠코의 ‘주관’으로 그려지는 갖가지 비극은 분명 슬프지만, 그녀의 삶은 또한 아름답다.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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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씨는 영화ㆍ만화ㆍ애니메이션ㆍ게임ㆍ음악 등 대중문화를 투시하는 전방위 평론가로 ‘B딱하게 보기’를 무기로 한 ‘봉석 코드’의 달인입니다.

★표는 필자가 매긴 영화에 대한 평점으로 ★ 5개가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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