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의 몸값이 궁금하세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호 19면

요새 하루에도 몇 번씩 받는 질문이 있다. 물어보는 사람은 다양한데, 질문은 거의 하나로 압축된다. 질문의 내용은 "얼마를 받고 갔느냐?"이며 궁금증의 주인공은 얼마 전 프리랜서를 선언한 '김성주'씨(사진)이다. MBC아나운서국의 선후배 사이로 6년을 일했고,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일주일에 한 번씩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보니, 사정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김지은의 서늘한 미인

그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코너는 굿모닝 FM의 일요 코너인데, 특별한 주제 없이 다양한 음악을 골라 가서 편안하게 들으며 수다 떠는 분위기이다. 그의 방송 능력은 정말 탁월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속내 이야기까지 술술 하게 된다. 덕분에 소리 내서 크게 웃은 적도 많고, 숨죽이며 울먹였던 경우도 종종 있었다. 방송에서 솔직해지는 법을 뒤늦게나마 후배에게 배우고 있는 셈이다. 요즘 들어서는 사이 좋은 남매 같다는 반응을 넘어 만담커플 장소팔, 고춘자를 연상시킨다는 청취자들의 사연이 적지 않다.

그런 우리지만, 그가 사표를 제출한 당일은 둘 다 조심스러웠다. 첫 곡이 하필이면 쿨의 '헤어지자'였다. 노래가 나가는 동안에 "이제 우리도 그만 정 떼야지"라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표정은 둘 다 밝지 않았다. 자신이 몸담던 조직을 떠나는 사람이나 그런 사람을 지켜보는 쪽이나 복잡한 심경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우리는 노래가 끝나자, 사랑할 때는 계절을 가릴 필요가 없지만 헤어질 때는 가을이나 겨울보다는 봄에 헤어지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맞장구를 치다가 에리히 프롬이 쓴 책 『사랑의 기술』까지 언급하게 되었다.

에리히 프롬은 "난 한눈에 사랑에 빠졌어"라는 말은 "상대를 만나기 전까지 난 너무도 외로웠다"는 말과 같다며 이러한 사랑의 맹목성은 진정한 사랑에 대한 자각과 기술 연마의 필요성까지 보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피아노의 기초 연습과정부터 필요하고, 아름다운 풍경화를 캔버스에 담기 위해서는 데생연습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왜 그토록 갈구하는 사랑에 대해서만은 '기술'연마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사랑에 빠지기만을 원하는가.

사람들은 사랑받는 데 필요한 것들, 예컨대 남자들은 성공해서 권력을 장악하고 돈을 모으는 것으로, 여성은 몸을 가꾸고 옷 치장을 하는 등의 매력을 갖추는 방법을 택하는데, 최근 모든 문화는 '구매욕'혹은 상호간 유리한 거래라는 관념에 기초하여 현대인들의 사랑도 예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랑'마저 상점의 진열장에 놓인 상품이 되어버린 시대에 사람들이 김성주씨의 몸값을 궁금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교환가치체계 안에서 거래되지 않은 것은 가치가 없는 것들인가? 그의 몸값을 나는 여전히 모른다. 그날 마지막 곡으로 산울림의 '엄마 품'을 띄우면서, 오히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들, 거래되지 않는 사랑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싶어졌다.

---
MBC 아나운서로 일하는 김지은씨는 미술애호가 겸 수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21명의 현대 미술가를 다룬 『서늘한 미인』을 쓴 ‘서늘한 미인’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