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1야당도 “경선 몸살”/전당대회 나흘 앞두고 진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 대표 “확실한 2인자” 겨냥/DJ의 「모양내기 약점」 공격
민주당이 21일 전당대회를 나흘 앞두고 민자당이 그랬던 것처럼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기택대표의 민주계가 김대중대표의 신민계에 공정한 경선분위기 보장을 요구하며 도저히 들어주기 힘든 요구들을 쏟아놓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들의 요구를 안들어주면 경선을 포기하겠다며 이종찬의원이 김영삼민자당대표에게 하던 으름장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
요구조건중 핵심은 대통령후보는 당권을 포기한채 선거운동만 전념하라는 것 즉,「김 대표=후보,이 대표=당권」으로 역할을 분담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요구는 상처없는 전당대회를 치르기위해 애태우는 김 대표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김 대표에게는 무척 곤혹스런 내용이다. 김 대표는 그렇지않아도 모양나는 전당대회의 협조를 얻기위해 자력으로는 도저히 최고위원이 되기어려운 민주계에 4대 4의 지분까지 보장해 주었었다. 그러나 민주계는 이같은 배려마저 『자존심 상한다』며 걷어차고 있다.
민주계위원장들이 윽박지르자 이기택대표는 『후보경선을 포기할 생각도 있다』는 배수진까지 치고 있다. 차마 쑥스러워 먼저 나서기 어려운 처지의 이 대표에겐 김 대표를 애먹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전당대회(25∼26일) 일정은 그동안 양계파가 절충을 벌여 ▲첫날 대표최고위원을 뽑고 ▲다음날 대통령후보와 최고위원을 동시선출키로 의견접근을 보았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표와 직결된 문제인데 경선을 안하면 안했지 동시선거는 안된다』고 먼저 최고위원을 뽑고 나중에 후보경선을 하자고 버티고 있다.
최고위원선거를 먼저하면 경합이 심한 신민계내부에 후유증이 생기고,그러면 표가 이탈해 자기한테 올 수 있다는게 이 대표의 속셈이다.
막나가는 민주계에 신민계는 『어디까지 양보하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리지만 김 대표는 어떻게든 이 대표를 달래 보려는 듯하다, 적어도 민자당 경선보다는 「낫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웬만한 것은 서둘러 양보해 들어주고 있다. 대통령선거 이후 승패에 상관없이 당무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당대회 이전에 공식 표명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양보안중의 하나다.
그동안 김 대표는 「대선후 2선퇴진론」을 『선거패배를 전제로한 발상』이라고 일축해왔고,영남쪽 민주계위원장들은 『김 대표의 간판아래선 15대 총선때도 떨어진다』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었다.
김 대표가 이를 들어주자 민주계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전당대회 직후부터 당권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하고 있다.
들러리 시비속에 거의 전의를 잃고 있던 이 대표가 덩달아 세게 나오는데 나름대로 계산이 있다.
후보경선 결과가 「4(민주계)대 6지분구조」에 어울리지 않는 형편없는 대의원 표를 얻을까 우선 걱정이다.
실제 경선의 예비전인 시·도지부장선거를 해보니 민주계기반이라던 영남권과 강원·인천에서도 성적이 말이 아니어서 이 대표진영은 대통령후보경선에서 망신당하지 않을까 위기감을 느껴왔다.
이 대표가 세대교체론을 강하게 거론하며 김 대표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다.
민주계에선 『대통령후보와 최고위원 선거에서 신민계가 압승을 거두기 위해 대의원들을 마구잡이 끌어가고 있다』며 통합정신 훼손까지 들먹였다. 또 신민계가 금품살포와 폭력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난마저 서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억지로 체면을 세워달라는 호소같기도 하다.
이 대표는 이번 기회에 확실한 「2인자 자리 굳히기」를 하자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전당대회 모양새에 골몰하는 김 대표를 몰아세울 최대의 수준까지 몰고가면 민주계내부에서도 『그럴듯하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듯한 국민들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것 같다.
이 대표는 22일까지 민주계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전당대회에 『불참하겠다』고 최후통첩까지 했다.
김대중대표가 이같은 요구들을 어느 선에서 수용할지는 좀 더 기다려 봐야한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멋있게 등장하려는 야심도 막무가내의 민주계 요구에 무조건 끌려다닐 수 만은 없을 것이다. 김 대표는 골칫거리를 안고 가는 셈이다.<박보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