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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는 자연과 합일 추구하는 수련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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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통 선도(仙道)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해 오늘날 세계적 관심사인 생명경시 풍조와 환경파괴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합니다."

'제1회 국제 선도 컨퍼런스'를 주최한 김현문(55.한서대 대학원 교수.사진) 국제선도문화연구소장의 말이다. 이 컨퍼런스는 2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주제는 선도를 통한 건강.평화.생명사상의 조명. 한국.미국.말레이시아 등 6개국의 수련 단체가 참가했다. 국내에선 국선도.금선학회.기천문.국학연구원 등 15개 단체가 이번 대회의 협력단체로 등록했다.

선도는 신라 최치원이 언급한 풍류도에까지 맥이 닿는 우리의 전통 심신수련법. 1980년대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동양학 열풍의 일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 소장은 "선도 수련을 통해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한다"며 "단전호흡.명상.기체조를 수련하는 단체는 대개 선도의 범주로 묶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선도를 표방한 단체들 간에 정통성을 따지기 보다는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선도 이론을 정교화하는 게 급선무"고 덧붙였다.

이론화 작업 이후의 목표는 '선도의 세계화'라고 했다. 우리의 선도 사상이 중국의 도교(道敎)에 편입됨으로써 도교 차원의 연구는 많아도 선도를 내건 연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70년대 후반 국선도에 입문한 김 소장은 79년 미국으로 건너가 20여 년간 국선도를 전파하다 2004년 귀국했다. 미국인들을 설득하는 과정에 이론 정립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이날 컨퍼런스는 윤이흠(한국종교사회연구소장) 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연설로 시작해, 김흡영 강남대 교수의 '생명.생태.도의 신학:신-인간-우주적 도의 추구', 조안 헤이그먼(미국 싸이모어 리서치센터) 박사의 '심신통합 측면의 선도 수련'등 발표가 이어졌다.

윤 교수는 '한국 자기수련단체가 나가야 할 길'이란 기조연설에서 "선(仙)이란 한문을 쓰는 한, 중국 도교 전통의 어느 한 분야라는 사실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며 "중국 전통을 상징하는 한문 용어 대신에 한문이 쓰이기 이전부터 전해지는 우리 고유의 '자기수련전통'이란 의미를 살려내는 현대적 용어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총평을 맡은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는 "전통 수련문화는 이제 비과학적 미신으로 취급할 상황이 아니다"며 "고대로부터 전승되거나 수입된 수련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평가하고 세계화하려는 노력이 요청되는 시점에 시의적절하게 열린 학술대회"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이어 "수련문화가 자칫 상업성을 쫓아 변질되는 경향은 걸러내야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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