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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1.5세 작가 소설 '백만장자들을 위한 공짜 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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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인 1.5세 재미교포가 쓴 자전적 소설이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와 맞물려 미국에서 화제다.

미국의 전국지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28일(현지 시간) 변호사 출신의 재미동포 작가인 이민진(38.사진)씨의 소설 '백만장자들을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을 집중 조명했다. 이 소설은 다음달 출간될 예정이다.

이 신문은 "우연의 일치로 최근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내적인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소설"이라며 "요즘 읽기에 적절한 책"이라고 크게 소개했다.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인 인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젊은 여성 케이시 한(22)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세탁업을 하는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화려한 삶을 꿈꾼다. 각고의 노력끝에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케이시는 아버지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고 미국생활에 적응하려고 열심인 사람으로 묘사된다. 반면 대학 예과에 재학중인 여동생 티나는 아버지와 대화도 자주 나누고 끔찍하게 사랑받는 딸이다. 케이시는 명문대학을 졸업하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해 17년 전 네 가족이 미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 살았던 침실 2개짜리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가족 간의 갈등과 미국화에 열심인 여성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작가 이씨는 "아시아계 미국민들의 내적인 감정과 인간적 면모, 갈등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소개했다.

이씨는 조승희와 거의 비슷한 나이인 7살(조승희는 8살) 때 한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건너 온 한인 1.5세다. 보석 도매를 하던 부모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는 이씨는 예일대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하다 전업작가가 됐다.

현재 뉴욕 맨해튼에서 남편과 아들(9)과 함께 산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이씨의 소설은 다루기 힘들고 미국화된 딸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렇지만 일에 열심이고 교회에도 성실하게 다니는 한국 이민자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씨는 "버지니아 공대 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면서 "책 출간시기를 앞둔 상황에서 그 사건이 터져 며칠 간 잠을 제대로 이루지도 못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책을 편집한 워너 북스사의 에이미 에인혼은 "버지니아 총기 난사 사건을 들었을 때 이씨 소설과의 유사성 때문에 섬뜩했다"며 "하지만 이 소설은 오래 전에 기획됐던 것이므로 버지니아 공대의 비극을 상업화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1월 22일자 출판계 전문잡지인 '퍼블리셔스 위클리'에도 이 책이 소개됐듯이 오래 전부터 출간을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당시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세대 간 문화 충돌을 다룬 이씨의 작품은 다양한 독자들로부터 광범위하게 공감을 얻고 읽을 만하다"고 평가했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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