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기계연구원 유공압연구실 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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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기계연구원(경남 창원소재)의 본관동 지하에 위치한 유공압연구실은 기름과 땀이 얼룩진 우리나라 기계공업의 산 현장이다. 1백20평 규모의 작업장은 각종 기계의 전시장이자 부품 창고며 옆사람의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다. 기계의 무게에 눌려 바닥마저 꺼져있는 지하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이 분야 전문가인 김형의 박사(37·프랑스 ISMCM대졸)를 주축으로 14명의 연구원들 모두가 일에 미처 있다. 85년9월 입소한 이후 지금까지 휴가라고는 이틀 밖에 못 갔다는 김 실장, 한 달에 29일을 근무한다는 이용천씨(35) 등 연구원들은 출연연구기관이 안고 있는 온갖 어려움도 아랑곳없이 그저 자기일 밖에 모르는 「유공압의 전도사」 「지하실의 연구벌레」들로 통한다.
서상기 원장은 『진동이 심한데다 시끄럽다고 해서 지하에 살림을 차릴 수밖에 없고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야간이나 공휴일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도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는다』며 『내년에는 독립된 연구동을 마련해 줘야할텐데…』라고 말끝을 흐린다.
유공압은 기름이나 공기를 압축해 기계가 큰 힘을 내게 하는 모든 기계의 핵심기술로 우리 나라 기계공업에서 가장 취약한 부문의 하나이기도 하다. 비행기가 사뿐히 내려앉는 것도 유압으로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며 자동차의 파워스티어링도 마찬가지다.
각종 건설중장비를 비롯해 공작기계·사출기·프레스·항공·선박·자동차·자동화기기·조립기계·군사무기 등 유공압기술은 응용범위가 엄청나게 넓다.
김 실장은 국내의 유공압 시장은 연평균30∼40%씩 증가하고 있는 성장산업이라고 말하고『그러나 우리의 수준은 너무나 미약해 지난해의 경우 전체 시장규모가 7천4백억 원이나 되지만 이 가운데 74%는 일본 등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기계연구소에서 가장 많은 공간과 전기를 쓰고 핵심적인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애로사항도 많다고 김실장은 말한다. 그는 우리의 유공압 관련 기계가 가격과 신뢰성·성능 면에서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은 유공압 품질인정 시험센터 하나 없는데서 비롯된다며 정부가 산업체에서 당장 필요한 이 같은 기술은 외면한 채 G7이니 하는 엉뚱한 데에만 주력하고 있어 분통이 터진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센터를 설치하려면 1백50억∼2백억 원어치의 각종 검사·시험기를 갖춰야 하지만 자체에서 제작할 경우 실험동 건설비를 포함해 50억원 정도면 가능하다며 지난 2년간 이 같은 계획을 들고 쫓아다녔지만 먹혀들지 않더라고 말했다.
연구원 부족도 큰 문제. 14명 중 6명이 위촉연구원이며 이것도 모자라 공고생 6명을 채용해 쓰고 있다. 그는 『도면제작은 물론 실험장치구성까지 직접 하려니 두 세 달이면 끝날 일이 5∼6개월이나 걸린다』며 『그런데도 과기처가 사람을 못쓰게 하니 기가 막히다』고 한숨지었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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