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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딸에게 부끄럽지 않게 연기하겠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이젠 공인된 아빠로서 딸 수빈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펼치겠다."

김승현(22)이 미혼부(父) 공개 후 본격적인 연기 재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의 연기 공세는 브라운관과 극장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오는 24, 25일 방송되는 MBC TV 국방홍보드라마 <아르곤>, 새해 1일 시작하는 KBS 2TV 수목극 <꽃보다 아름다워>, 지난 12일 막을 올린 뮤지컬 <십이야>를 통해서다. 연예계 데뷔 이후 가장 활발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미혼부 공개 후 그는 책임감이 더욱 강해졌다. 자신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많은 팬들의 사랑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그 부담을 연기 열정으로 바꿔놓고 있다. 지난 10월~11월 <아르곤> 촬영 때는 연기 시작 후 가장 고생스런 체험을 했다. "촬영 중 산에서 자다가 얼어죽는 줄 알았죠. 완전무장 행군에 타이어 구보를 하고 실탄을 쏘는 등 군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었어요." "아직 군대를 안갔다 왔지만 군인이 너무 자랑스럽고 듬직해 보였어요. 해병대나 특전사에 자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유익한 경험이었죠."

극중 역할은 특수부대 대테러진압 폭파전문 하사 정환. 태풍 매미 때문에 집안이 수해를 입자 카드 빚을 져가며 집에 생활비를 보낸다. 빚 독촉에 시달리다 이를 알게 된 타 중대의 협박으로 중대간 사격전에서 일부러 오발하며 극중 갈등을 빚게 하는 키가 되는 인물이다.

<꽃보다 아름다워>에선 추소영과 이란성 쌍둥이 오빠로 나서 말썽꾸러기 동생과 대조적으로 변호사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는 '범생이' 법대생으로 출연한다.

"지금까지 제가 주로 해온 것처럼 터프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연기나 튀는 연기보다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더 어렵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또 12일 서울 대학로 창조콘서트홀에서 막을 올린 셰익스피어 원작의 뮤지컬 <십이야>에선 주인공 세바스찬 역을 맡았다. 상대역을 맡은 여성트리오 러브의 조은별과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며 뮤지컬 첫 경험에 한 껏 들떠있다. 무대 위에서 뛰고 구르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짜 연기자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로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미혼부'라는 색다른 타이틀 때문이 아닌, '연기자' 김승현으로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김승현에겐 두가지 소망이 있다. "하나는 빨리 집 장만해서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수빈이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기나긴 아픔의 터널을 지난 김승현의 일기예보는 이제 '햇볕 쨍쨍'이다.

자수해서 '광명' 찾았죠
'한 딸의 아버지' 공개뒤 달라진 생활

미혼부 사실 공개 후 가정생활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 네살된 딸 수빈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이젠 여자 친구와 남들 시선 의식없이 편하게 데이트를 즐긴다.

마음이 편하니 예전엔 가슴 한 켠이 막막해 병처럼 갖고 있던 답답함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만날 때도 언제나 웃는 낯이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공개를 하고 나니 데이트 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어요. 서로 더 자주 보게 되고, 또 기사가 나간 후 여자친구 부모님이 나를 사위로 인정해줘서 더욱 뿌듯해요. 이젠 내 연기 생활을 걱정해주시죠"라며 웃었다.

"'아르곤'에 함께 출연하는 홍경민 신승환 형 등과 여자친구를 불러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어요.요즘 너무 행복해요. 일도 줄줄이 이어지고"라며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예전보다 무척 밝아져 지켜보는 이도 그의 행복이 감염되는 듯하다.

"힘든 점이라면 일 때문에 집에 자주 못 들어가는 것이죠. 우리 아기랑 여자친구한테도 미안해요. 하지만 요즘 돈 좀 벌어오니까 여자친구가 무척 좋아하던대요"라며 빙그레 웃는다.

하지만 "내년엔 수빈이 유치원도 보내야 하고 아이한테 들어갈 돈이걱정이에요. 여자친구도 지금 아르바이트하면서 취업 준비 중이죠. 내 몸이 부서지더라도 정말 열심히 살 거예요"라며 일순간 발랄함이 사라지고 비장한 가장의 모습을 비춘다.

이래저래 스물 두살 김승현은 한껏 성숙해졌다.

일간스포츠 이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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