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국정원 돈도 권노갑씨에 들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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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00년 초와 1999년 말 국가정보원(국정원)과 청와대 자금이 권노갑(權魯甲.구속) 당시 민주당 고문 측에 흘러간 단서가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특히 국정원 자금이 총선 직전 權씨 측에 건너간 점에 중시, 국정원 예산이 총선 지원용으로 쓰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대검 중수부가 최근 權씨의 현대비자금 수수 의혹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낸 수사 기록 등을 통해 14일 밝혀졌다.

수사 기록 등에 따르면 검찰은 權씨 비자금 등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權씨가 현대 비자금 외에 여러 곳에서 10억원가량을 받은 정황을 새로 확인했다.

검찰은 이 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금 중 일부가 2000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국정원 관련 계좌에서 權씨 측에 전달된 단서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權씨에게 돈을 보냈을 것으로 보이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관계자들을 최근 불러 조사했으나 이들은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의 계좌 추적을 통해서만 수천만원의 유입 사실이 확인됐고 앞으로 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유입된 돈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국정원 측이 총선과 관련해 權씨에게 공금을 지원한 사실이 최종 확인될 경우 2000년 8월 폭로된 한나라당의 안기부 예산 전용 사건인 '안풍(安風)'에 이어 또 한차례 큰 파문이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權씨가 국정원 돈과 별도로 99년 말 청와대 측에서도 수천만원의 자금을 받은 단서를 포착하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밖에 權씨가 다른 정치인 등에게서도 돈을 받은 정황을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추가 발견된 權씨의 10억원대 비자금 역시 현대 비자금을 돈세탁한 인물로 알려진 김영완(50.해외 도피).임태수(46.미국 도피)씨가 관리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새로 드러난 權씨의 자금 수수에 대해 추가 기소하거나 별도로 수사를 진행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權씨는 2000년 초 현대그룹에서 총선 자금 등으로 2백억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로 지난 8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강주안.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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