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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고통 한 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 박후기(1968~ )

산수(山水) 분재원

이끼 낀 유리창 너머

여린 나뭇가지에

돌멩이 하나 매달려 있다

수형(樹形)을 바꾸기 위해

수형(受刑)의 짐을 지운 것인데,

기묘한 과일 같은 것이

팽팽한 줄에 목을 걸고

온몸으로 가지를 당기고 있다

전족을 한 키 작은 나무들

자꾸 허리만 굵어지는 봄날,

휘어진 나뭇가지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고통 한 근


나무의 형태를 바꾸기 위해 형벌의 짐을 매단 분재원 나무. 나무도 돌멩이도 다 같이 고통스럽다. 생명의 마을에서 고통이 고통인 것은 주는 이도 처한 이도 함께 반생명적이라는 것, 비인간적이라는 것. 분재원 너머 수형에 처해진 아이들이 보인다. 분재원이 학교로 보인다. 전족을 한 키 작은 나무들, 아이들의 온몸에 매달린 고통 몇 근씩. 저 고통 통과하여 우리가 무엇으로 그들을 받으리.

<김선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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