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점수인가 돈오돈수인가 불교계「깨달음」논쟁 재연|15일 민족사 주최 학술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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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돈오점수인가, 돈오돈수인가.
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의 하나인「깨달음」의 내용과 방법론을 둘러싸고 또 한차례 논쟁이 불붙게 됐다.
불교전문 출판사인 민족사(대표 윤재승)가 오는 15일 출판문화 회관에서 열기로 한「깨달음, 돈오점수인가 돈오돈수인가」란 주제의 불교 학술세미나는 80년대 초부터 대두한 이른바「돈점논쟁」의 성과들을 수렴해 종합하는 한편, 쌍방 논지의 심화를 통한 본격 논쟁의 전개에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술세미나에서는 전재성·이동준·김호성·전해주·서종범·강혜량·박성배 교수 등 7명이 돈점논쟁과 관련한 신작논문을 발표하게 되며 전치수·신현숙·목정배·정순일·권기종·채인환씨 등이 각각 발제논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입장에서 토론자로 참석 할 예정이다.
돈오점수란『깨달은 뒤에도 더 닦아야 한다』는 뜻으로 8백여 년 전 보조스님이 설파한 이래 불가의 수행자들이 금과옥조로 삼아왔던 수행이론. 이에 반해 돈오점수는『깨달으면 그만이지 깨달은 뒤에 무엇을 더 닦느냐』는 의미를 갖는 수행이론으로 현 조계 종단의 종정인 이성철스님이 이 입장을 대표하고 있다.
이른바 돈점논쟁이 처음 시작된 것은 81년 성철스님이 『선문정로』란 저서를 내 역대수행자들이 귀감으로 삼아오고 있는 보조스님의 돈오점수 설을 강하게 비판, 이를 선문의 이단사설로 정죄하고부터였다. 성철스님은 이 책에서 돈오점수가 수행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무서운 피해를 끼치는가를 논증하면서 중국 화엄학자 징관의 말을 인용,『몹쓸 나무가 뜰 안에 돋아났으니 베어버리지 않을 수 없다(독수생정 부가부벌)』고 가시 돋친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성철스님의 문제제기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10년 가까이 침묵만을 지켰으며 겨우 90년 보조사상 연구원이 국제불교 학술회의를 여는데 이르러서야 돈오점수와 돈오돈수의 문제가 본격적인 학문적 검토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돈점논쟁에서 가장 큰 쟁점이 돼온 것은「깨달음」의 내용이다. 보조스님이 역설한 돈오는 해오를 뜻하는 것인데 성철스님은 그것을 선문에서 최대 금기로 하는 지해(알음알이)라고 해석,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고 본다. 깨달음 뒤에도 더 닦아야할 번뇌가 남는다(돈오점수)면 이때의 깨달음이 무슨 깨달음이냐는 것.
그는 깨달음은 이린 불완전한 거짓 깨달음이 아니라 완미된 최고경지의 공의관을 가리키는 것이어야 맞다며 이 깨달음은 치열한 구도·수행과정을 거친 뒤 일시에 와야하며 거기에 도달하면 더 이상 닦을 것도 없어진다는 돈오돈수 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철스님의 이론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성철스님의 깨달음 관이 너무 엘리트 정선주의에 치우쳤다고 비판하면서 수행을 시작하기전의 보편적 앎을 깨달음으로 규정하고 그후에 점진적인 수행을 거듭해야 함을 강조한 보조스님의 수행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세미나 말고도 내년쯤 성철스님의 돈오돈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해인사 측이학문적 입지강화를 겨냥한 대규모 국제학술 회의 개최를 계획하고 있어 돈오점수와 돈오돈수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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