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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상계동 부동산 불패?

중앙일보

입력

“시장 침체요? 이곳에선 그런 것 잘 몰라요.”(서울 노원구 상계동 D공인 관계자)

“하락세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평균’의 개념이 아니겠어요? 서울의 모든 동네 아파트에 똑같이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이지요.”(상계동 O공인 관계자)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와 주택담보대출 제한, 비수기 영향 등으로 요즘 서울ㆍ수도권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그대로 호가가 꾸준히 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이다. 상계동은 그동안 서울에서 대표적인 ‘집값 소외지역’으로 분류됐던 곳이다.

상계동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수세가 올해 초보다는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그래도 아파트 호가는 여전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말한다. 일부 단지 소형 평형은 매물이 없어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아직까지 아파트 시세표엔 빨간색 화살표(↑) 단지 많아

25일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4월 들어 서울지역 전체 아파트 값은 0.25% 떨어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집값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경우 이달 들어 아파트 값이 0.31%나 빠졌다. 하지만 노원구 상계동은 같은 기간 0.10% 올랐다.

올 들어 가격 상승률을 따져봐도 상계동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상계동은 1월 이후 지금까지 아파트 값이 무려 6.32% 올라 서울 전체 평균 수준(1.62%)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한때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었던 강남권은 올 들어 0.05% 하락했다.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무려 1.69% 떨어졌다.

집값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상계동의 경우 올 들어 10~15% 이상 매매가격이 뛴 아파트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집값 상승률만 놓고 보면 서울 전 지역에서 경쟁 상대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더욱이 요즘 같은 시장 침체기에도 상계동의 아파트 시세표에는 빨간색 화살표(↑)가 적혀 있는 단지가 적지 않다. 아예 화살표 표시가 없거나(가격 변동이 없다는 의미), 파란색 화살표(↓)가 많은 서울ㆍ수도권의 다른 지역과는 대조적이다.

“매물이 많다고요? 이곳엔 매물 찾기가 쉽지 않아요”

상계동 아파트 값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게 올랐다. 그 전까지는 아파트 값이 꿈쩍도 하지 않는 등 집값에서만큼은 대표적인 소외지역으로 꼽혀 왔다. 그러던 곳이 지난해 추석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10~11월 인천 검단과 파주 운정 등 추가 신도시 계획 발표 영향 등으로 급등세를 나타냈다.

요즘 이곳 아파트 값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비해서는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되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상계동에서 집값 상승을 이끄는 주도 세력은 10~30평형대의 중소형 아파트들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인 주공8단지(2004년 안전진단 통과) 11평형은 2억~2억1000만원 선으로, 올 초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올랐다. 상계동 대신공인 최영철 사장은 “말이 1000만원이지, 2억원도 채 안되는 아파트 값이 몇 달새 1000만원 이상 올랐다는 것은 대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지 15평형은 3억6000만~3억8000만원으로 한 달 새 2000만원 이상 뛰었다. 평당가로 치면 2400만~2533만원인 셈이다. 1년여 전에 비하면 1억원 이상 뛰었고, 평당 700만~800만원 가량 오른 가격이다.

상계동 주공 9단지 25평형은 지난해 9월말 매매가가 1억3000만~1억5000만원이었지만 최근 시세는 2억1000만~2억3000만원으로 호가가 뛰었다. 상계동 M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시세보다 매도 가격을 높이 부르는 것은 그만큼 이곳 아파트시장이 침체를 모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노원역 주변 민영아파트들도 강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마들대림아파트 34평형은 올해 초 4억9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으나 지금은 5억~5억4000만원을 호가한다. 임광아파트 37평형의 경우 작년 말 5억5000만원에서 현재는 6억원에도 물건을 잡기가 어렵다. 이 단지 로열층은 6억3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인근 대림공인 김영준 사장은 “민영 단지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주변 지역 집값이 급등하는 광경을 부럽게 바라보다가 올 들어 뒤늦게 발동이 걸린 모습”이라며 “지금은 매수세도 주춤하고 가격 상승세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설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거래는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호가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거래가 많지 않는 편이다. 상계동 H공인 관계자는 “매도 호가와 시세간의 차이가 최고 20% 정도까지 벌어진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가격 조정 안받는 이유는?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이곳 상계동 아파트들이 강한 뒷심을 발휘하는 이유는 뭘까?

이곳 중개업소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몇 가지를 원인으로 꼽는다. 우선 상계동 지역 아파트 값이 입지 여건이 좋은 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너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상계동에는 6억원 미만 중소형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없는 데다 집 장만을 위한 자금 조달이 비교적 쉽다는 점도 집값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셋째는 전세물량 부족에 따른 매매 전환 수요가 다른 지역보다 많다는 것이다. 상계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전세금도 크게 오르다 보니 내친 김에 집을 사버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여윳돈을 보태거나 대출을 끼고 매매 수요자로 전환하면서 소형평형 아파트 값을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넷째는 지역 개발 호재도 집값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노원역 주변부 지역은 교통여건이 좋은 더블 역세권(지하철 4.7호선)과 노원구의 중심상권 인근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형 평형 아파트 밀집촌이라는 약점이 발목을 잡았던 곳이다.

하지만 이 일대에 재건축과 리모델링 바람이 불면서 그동안의 ‘집값 소외지역’이라는 이미지를 털고 약진했다는 것이다.

또 노원역 맞은편 창동 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의 이전 계획도 큰 몫을 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노원구는 이곳 총 7만5000여평 부지에 초대형 복합단지를 지을 계획이다.

대신공인 관계자는 “요즘 거래가 끊기고 하향 안정세라지만 상계동 일대는 기본수요가 탄탄하고 이런저런 호재도 뒷받침돼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름세 언제 꺾일까

하지만 이같은 집값 버티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침체 분위기에 들어선 강남의 영향으로 상계동 아파트 값 상승세도 조만간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매물이 거의 없는 상계동도 매도자가 호가를 낮추지 않아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만간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도 “상계동의 아파트 값 오름세는 다른 지역과의 집값 격차가 워낙 크게 벌어진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 이렇다 할 중요 변수를 찾기 힘들다”며 “상계동은 특별히 더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상계동 일대는 주거 여건이 쾌적하고 편리한 편인 데다 집값 대비 전세금 비중도 커 상대적으로 매수 접근이 쉽다”며 “집값이 당분간 소폭 오름세 내지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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